'프리드먼은 지고 토빈이 뜬다. '

블룸버그통신은 1일 경제 위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미국 경제학계에서 두 거두가 엇갈린 조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학창 시절부터 제임스 토빈을 추종하던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를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사무국장으로 임명,경제 자문을 받고 있다. 오바마가 최근 서명한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에도 토빈의 영향력이 배어 있다는 평가다.

반면 정부 역할 축소와 자유시장 확대를 주창하며 1980년 레이건 행정부 이후 주류경제학으로 군림해온 통화주의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의 이름을 입 밖에 내는 것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프리드먼과 달리 토빈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토빈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예일대 교수로 학문적 업적을 쌓았다. 그는 케인스와 마찬가지로 경기부양과 완전고용 달성 등에 있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가 각국 외환시장을 교란하는 헤지펀드의 횡포를 차단하기 위해 제안한 '토빈세'는 칠레나 프랑스 정부가 실제로 채택한 바 있다.

토빈과 프리드먼은 1970년대 초반 각각 신케인스 학파와 통화주의 학파를 대표해 통화 · 재정 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토빈과 프리드먼은 각각 2002년 3월과 2006년 11월 타계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