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회 내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본청을 나오다가 민간단체 회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눈과 목부위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폭행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되고 영장 재신청이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사건 전말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국회 안에서 일어난 명백한 국회의원 테러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동안 정치인에 대한 폭행 및 테러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2006년 5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가 지방선거 유세 도중 피습 당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오른쪽 귀밑에서 턱으로 자상을 입어 60여 바늘을 꿰매는 큰 수술을 받았다. 1999년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외국출장을 나가다가 71세 노인으로부터 '페인트 달걀' 세례를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권위의 상징인 국회에서,경찰이 지켜주고 있는 국회에서,면책특권까지 보장받는 신분을 가진 국회의원이 업무수행 중 폭행을 당했다는 데 있다.

의원의 입법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고유의 업무인데,이해가 다르다 해서 폭력을 행사한다면 입법부에 대한 테러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폭행을 당한 것은 헌법기관이자 국민의 대표에 대한 명백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백주 대낮에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테러가 발생한 것은 어찌 보면 국회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해머와 전기톱,소화기가 동원되고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벌였다. 세계 각국 언론들은 해머로 회의장 문을 부수고 의원들 간 욕설이 난무하는 볼썽사나운 폭력사태를 여과 없이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오히려 국제적 망신거리를 제공해 국가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주범이 됐고,이 과정에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가 깽판이라 민생법안 처리가 안 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국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임시국회 회기가 1개월 다 되도록 여야가 머리 한번 제대로 맞대지 않다가 협상의 여지도 남기지 않은 채 충돌하려는 정치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미디어법 처리 방안에 대해 여야가 일단 의견을 모았지만 그 과정을 순탄치 않았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 당직자들과의 몸싸움을 벌이다 계단에서 굴러 부상을 당했고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싸움판이 또다시 벌어진다면 18대 국회는 스스로 해산을 선택하는 편이 좋을 듯싶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품격이 없어지고 권위도 상실한 국회는 이미 민주 국회가 아니지 않은가.

하루속히 염치와 본분을 되찾아 남은 3년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만이 살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국회의원 테러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