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리스크와 미국 상업은행들의 국유화 논란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내 금융주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업종지수는 16.5% 하락하며 주요 업종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보험업종지수는 4.1% 떨어져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덜했지만 증권업종지수가 15.1% 밀려났고 은행업종지수는 177.65에서 136.96으로 22.9%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8.5%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은행주들은 지수 대비 3배나 더 떨어진 셈이다. 신한지주가 최근 2개월 새 21.5% 하락하며 4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는 등 올 들어서도 금융주들의 하락 행진은 지속되고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동유럽의 금융위기가 재발하면서 글로벌 시장 전체로 자산가격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주들도 잠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확보 능력과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약세의 원인으로 꼽았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총 5755억원어치의 금융주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1월 순매도 금액(526억원)의 10배,전체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금액의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은 경기나 이익의 흐름보다는 개별 기업의 리스크가 주가를 좌우하는 국면"이라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연되면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금융주뿐 아니라 조선과 철강 등 파이낸싱과 관련된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업종들이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등 주요 금융주들의 주가 향방은 외환시장 안정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 · 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의 정책 초점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안정화에 맞춰질 수 있다"면서 "이는 곧 경기부양 정책의 지연으로 이어져 은행들의 부실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금융시장 안정과 함께 국내 외환시장이 안정돼야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