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우즈,끝은 오길비.'

지오프 오길비(31 · 호주)가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리츠칼튼CC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액센츄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에서 폴 케이시(영국)를 4&3(세 홀 남기고 네 홀차 승리)으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우즈의 투어 복귀전이자 세계 랭킹 64위 내 선수들만 출전해 관심을 모았던 이 대회에서 오길비는 닷새 동안 여섯 번의 매치를 승리로 장식하고 우승상금 140만달러(약 21억4800만원)를 획득했다. 세계 랭킹도 지난주 8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오길비는 2006년 1위,2007년 2위 등 최근 4년 새 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하는 강세를 이어갔다. 이 대회 통산 승률도 17승2패로 89.5%를 기록,'매치플레이의 마스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매치플레이는 1대1로 맞붙어 홀별로 승부를 가린다는 점에서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스킨스게임과 비슷하다. 매치플레이에서 잘 하는 요령을 살펴본다.

◆게임을 즐겨라:오길비는 우승 직후 "나는 매치플레이 방식을 즐긴다. 즐기면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을 즐기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은 승리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아마추어들이 자주 하는 스트로크플레이와 스킨스게임에서도 즐긴다는 자세로 임하면 승리는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는 얘기가 아닐까. 2라운드에서 우즈를 꺾는 이변을 일으킨 팀 클라크(남아공)도 "타이거를 의식하지 않고 내 게임에 집중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기선을 제압하라:매치플레이는 초반에 승세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초반에 일방적 승부가 되면 18홀까지 가기도 전에 경기가 끝나버릴수 있기 때문.오길비는 여섯 차례의 매치 가운데 네 매치(1,2,5,6라운드)에서 초반 상대를 앞서나갔다. 결승전에서도 1번 홀에서 1.8m 버디를 잡아 그보다 짧은 거리의 버디퍼트를 놓친 케이시에 기선을 제압한 뒤 한 차례도 리드를 뺏기지 않은 채 33번째 홀에서 마무리했다. 스킨스게임에서도 초반 몇 홀에서 스킨을 따놓으면 남은 홀을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오길비 '매치 플레이 달인' 비결은 기선제압
◆상황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결승전 오전 라운드 11번홀(파5).10번홀(파4)에서 200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샷을 이글로 연결한 케이시는 너무 고무된 탓이었을까. '2온'을 노리고 친 드라이버샷이 왼편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그곳에서는 2온이 불가능했다. 그걸 본 오길비는 3온에 의한 버디를 잡을 심산으로 티샷을 안전하게 보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두 번째 샷이 선인장에 박혀 치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고 네 번째 친 볼은 그린에 못 미쳤다. 케이시와 비슷한 상황이 된 것.그러나 오길비는 포기하지 않았고,칩샷을 홀 속에 집어넣어 파를 잡았다. 케이시의 파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상대가 티샷을 트러블에 빠뜨리면 나는 안전한 길을 간다'는 매치플레이의 속성을 이용한 전략의 승리였다. 스킨스게임에서도 '오너'가 티샷 OB를 내면 굳이 드라이버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전략과 루틴은 평소처럼 하라:평소 보수적인 타입이라면 매치플레이에서도 그 전략을 고수하라.스윙이나 샷을 갑자기 달리하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 오길비의 경우 올 시즌 드라이버 샷 289.4야드(44위),그린 적중률 70.5%(36위),라운드당 퍼트 28.25개(25위)로 중위권 정도지만 이번 대회에서 평소 기량을 무난하게 발휘하며 우승컵을 안았다. 몇 번의 빼어난 샷이나 위기탈출 능력을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충실하게 플레이하다 보면 상대가 무너지면서 결국 이기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골프 심리학자 봅 로텔라는 "스트로크플레이는 한 홀에서 10타도 칠 수 있지만 매치플레이는 기껏해야 1홀 패배가 아닌가"라며 '루틴'은 평소처럼 하고,마음은 차분히 가라앉히라고 권장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