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나?'

3월들어 첫거래일인 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90원선을 돌파하자 국내 금융시은 3월 위기설 공포에 휩싸이면서 패닉 상태를 보였다.

개장 전부터 미국발 악재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데다 국내 산업생산이 25%나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는 더욱 가중됐다.

천장 뚫린 환율은 장중 저항선 없이 단숨에 62원이 급등하면서 1596원까지 치솟았고 종합주가(코스피) 지수가 1000선이 붕괴될까 마음을 졸여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직접적인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겠다던 정부도 뒤짐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오후들어 시차를 두고 외환시장에 개입, 망치로 튀어나온 못을 망치로 박듯이 치고 올라오는 환율을 억누르는 등 시장 불안 해소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글로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시장 개입에 한계가 있고 효과 역시 미미하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불안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며 "'1달러=1600원 시대'는 물론 1700원선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1년만에 최고치로 솟구친 원달러 환율…장중 1590원선 돌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6.3원 폭등한 1570.3원으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환율 레벨은 연중 최고치이자 지난 1998년 3월11일 1582원 이후 11년만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장중 1596원까지 치솟아 1600원선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 등에서 비롯된 2차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과 1525원 전고점의 돌파 등으로 해외 투자자 위주로 공격적인 달러 매수세가 나왔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김 차장은 "2월 무역수지 흑자 분의 외환시장 공급이 지연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추가 환율 상승 가능성을 꺾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1600원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환율이 급등했으나 당국이 환율 방어의지를 피력한 만큼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환율 상승 쪽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환율 폭등에 코스피지수 4% 이상 급락
이날 주시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환율 급폭등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로 4% 이상 급락한며 전거래일보다 44.22p 폭락한 1018.81로 마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장중 1000선을 지켜낸 것이 용하다고 할 정도로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됐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씨티그룹의 국유화 소식에 7000선으로 주저앉은 것이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한데다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6.2% 감소해 26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는 발표로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특히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도 투자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광공업생산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5.6% 급감해 3개월 연속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나 경기 악화 우려감을 부추겼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만 4159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 2월에 이어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4065억원, 47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외국인이 던지는 주식 받기에 급급했다.

하나대투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지표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가 약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 씨티그룹의 국유화 소식까지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급랭한 것이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3월위기설 불안으로 시작된 3월…춘풍(春風)은 오나
이처럼 국내 금융시장에는 기대됐던 춘풍(春風)이 아닌 때늦은 한파(寒波)가 몰아치면서 한겨울로 되돌아가고 있다. 한동안 차디찬 겨울 칼바람에 몸을 움추리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3월 위기설'과 관련, "결코 위기는 없다"고 큰소리 치지만 금융권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위기설' 때도 정부는 '우려에 불과하다'고 말하다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신청에 넋을 내려놓고 말았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씨티그룹의 국유화와 동유럽 경제위기 가속 등 전세계 금융시장의 요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씨티그룹의 국유화 이후 다른 은행들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면 전세계에서 투자자산 회수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푸르덴셜증권 이영권 투자전략팀장은 "동유럽이 위험해지면 서유럽 은행들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한국 등의 지역에서 자금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미 증시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선 국내 금융시장도 부정적인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도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내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계속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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