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신음하고 있다. 수도권보다 고통이 훨씬 더 심하다. 고통을 느끼는 부위가 다르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수출 부진은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발달했던 곳,소비 감소는 내수를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대구경북 수출감소로 휘청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지방의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대구경북권의 감소율이 18.2%에 이르러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감소율이 가장 컸다. 감소율 2위는 광주전라권(8.3%)이었으며 3위는 대전충청권(7.4%)이었다. 대구경북권은 2007년 4분기에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18.8%로 전국 1위를 차지했던 만큼 최근 제조업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지역의 제조업 생산 감소율 추세를 보면 지난해 10월 9.4%,11월 19.0%,12월 27.7%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최영준 한은 조사국 과장은 "대구경북권은 수도권의 일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LCD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생산기지였는데 수출이 줄자 생산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경북권의 수출은 지난해 3분기 12.7% 증가에서 4분기 17.7% 감소로 반전된 뒤 올 1월엔 33.2% 감소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소비감소는 대전충청권이 최악

대전충청권은 지난해 4분기 소비가 가장 많이 줄었다.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소매점의 판매액지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지역의 지난해 4분기 소비 감소율은 5.8%로 서울 3.1%는 물론 지방평균 3.4%를 크게 웃돌고 있다. 대전충청권의 소비감소는 일자리 감소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국적으로 취업자 수가 12만5000명 늘어난 가운데 대전충청권에선 취업자 수가 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 1월엔 대전충청권에서 2만5000명이나 줄어 전국에서 줄어든 취업자 수 3만1000명의 80%에 이른다. 대전충청권은 현대차 아산 공장 등 자동차 생산 감소에 따른 고용불안에다 내수 중심의 성장마저 꺾이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건설부진은 광주전라권이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건축착공면적 증가율을 보면 광주전라권이 -45.6%로 지방 평균 -25.1%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정인숙 통계청 고용통계팀장은 "제조업 부진이 소비에 영향을 주면서 소비나 건설업 등에 기반을 갖고 있는 지역 경제에 2차,3차 충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 대구 실업률 높아


올 1월 지방의 어음부도율은 0.56%(전자결제 조정전)로 서울의 0.13%에 비해 네 배 이상 높다. 지난해 연중 기준으론 지방이 0.53%로 서울의 0.11%에 비해 다섯 배에 이른다. 지방의 부도업체 수는 올 1월 158개로 서울 104개보다 50%가량 많다.

그런데도 실업률은 지방이 서울보다 훨씬 낮다. 올 1월 기준으로 서울은 4.2%인 데 반해 서울을 포함한 전국은 3.6%에 그친다. 제주 강원 전남 전북 경북 충북 충남 등은 1.8~2.9%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부산(4.6%)과 대구(4.5%)의 실업률은 다른 지방에 비해 훨씬 높다.

지방경제 지원방안과 관련,차문중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기업경제연구부장은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내수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등으로 정부가 경기를 보완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차기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