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지털이미징이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앞세워 디지털 카메라 업계 1~2위인 캐논과 소니를 따라잡는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엔화 가치 폭등으로 인해 일본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지금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게 디지털이미징의 판단이다.

박상진 디지털이미징 대표(부사장)는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앞세워 현재 1조5000억원과 10.5%인 매출과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2년까지 각각 5조원과 20%로 끌어올려 디지털 카메라 분야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점유율 20%를 달성하면 현재 3위인 업계 순위도 1~2위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디지털 카메라는 DSLR(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의 성능과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휴대성을 두루 갖춘 새로운 개념의 제품.디지털이미징과 올림푸스,파나소닉 등이 하이브리드 카메라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일본 업체들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디지털 카메라 재고가 2000만대에 달하지만 디지털이미징은 촘촘한 공급망관리체계(SCM) 덕에 재고 누적을 피할 수 있었다"며 "일본 업체들이 재고 누적과 엔화 가치 폭등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올 상반기 중 10여종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판도를 바꿔 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목표는 흑자 전환과 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점유율 12.5% 달성"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이미징의 세부 전략은 △하이브리드 카메라 분야 1위 달성 △프리미엄급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시장 지배력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디지털이미징은 3일부터 5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사진 영상기기 전시회 'PMA(Photo Marketing Assotiation) 2009'에서 2년여간 개발한 하이브리드 카메라 'NX'(사진)를 공개할 예정이다. 렌즈와 이미지 센서 등 90%가량의 핵심 부품을 삼성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찍고자 하는 사진의 종류에 따라 렌즈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DSLR 카메라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크기의 대형 이미지 센서를 채용,화질을 개선했다. 이미지 센서까지의 거리를 DSLR의 60% 수준인 25.5㎜로 줄이는 방법으로 무게를 가볍게 했다. 가격대는 기존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DSLR의 중간 수준으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DSLR 고객 중 상당수가 복잡한 사용법과 무게,비싼 가격 등으로 구매를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는 취미로 사진을 찍는 고객들 중 상당수가 DSLR 대신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NX는 원화 가치 하락 등의 요인을 감안해 중국이 아닌 국내에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대를 높이는 작업도 진행한다. 박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250달러를 넘지 않는 중저가 제품만 만들었지만 올해부터는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300~400달러 수준의 고가품을 집중적으로 출시해 삼성 디지털 카메라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200달러 이상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올해 내로 40% 수준까지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디지털이미징은 지난달 1일 삼성테크윈에서 분사한 디지털 카메라 전문업체로 오는 10일 재상장을 앞두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