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불황에도 '먹을거리' 발굴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전자 계열사 간의 업무를 조정해 신생 법인 3곳을 연이어 설립한 것도 미래 먹을거리 발굴과 맥을 같이 한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지난달 17일 이사회를 열고 발광다이오드(LED) 합작법인인 '삼성LED(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실무 절차를 거쳐 4월까지 법인을 만들 예정이다. 양사가 공조하기로 한 LED 시장은 올해 52억달러 규모에서 2013년에는 127억달러로 연평균 약 20%의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차세대 사업으로 각광받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비롯한 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공동으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삼성테크윈도 카메라 사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이 부문을 삼성디지털이미징으로 분할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규 사업을 위해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신규 법인을 설립한 것.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 등 기존 3인방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삼성디지털이미징,삼성LED 등 신생 3인방을 연결해 전자사업을 동반 초일류화시키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도 갖추려는 전략이다.

태양광 사업도 삼성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공을 들이는 분야다. '녹색성장 엔진'인 태양광 사업을 키우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의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삼성의 태양광 사업을 맡을 회사는 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에버랜드 등 3개 계열사와 석유화학 계열사들이다.

태양광 사업은 삼성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사업과 연관이 많다. LCD를 만드는 공정과 비슷한 점이 많아 기존 부품 기술을 활용하면 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달 열리는 주총에서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곳도 많다. 화학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은 태양광 사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환경정화,복원업과 토양 및 지하수 정화업을 추가하기로 했고 시큐리티 전문업체인 에스원은 친환경 · 공중위생 사업 및 관련 서비스사업을 추가해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기술 리더십을 높여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에서 처음으로 40나노(㎚ · 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D램을 개발했다. 40나노 제품은 50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기존 D램보다 칩의 크기가 작아 생산 원가가 20% 저렴하고 생산성도 60%가량 높다.

삼성전자는 2005년 60나노,2006년 50나노 D램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약 2년 만에 집적도를 높인 신제품을 내놓으며 경쟁 업체들에 비해 2년가량 앞서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에도 세계 최초 4기가비트(Gb) D램을 발표하며 확고한 기술 리더십을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정보통신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에서 태양광 에너지로 작동하는 '블루어스폰'을 공개하기도 했다. 휴대폰 뒷면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햇빛을 받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차세대 제품이다. 휴대폰 본체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등 제품 제조 과정에서도 친환경적 요소를 많이 고려했다. 친환경 제품으로 '그린 휴대폰' 시대를 주도해 나가는 게 삼성의 목표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지난 3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사진영상기기 전시회 'PMA(Photo Marketing Assotiation) 2009'에서 공개한 하이브리드 카메라 'NX'도 삼성의 야심작 중 하나다. 렌즈와 이미지 센서 등 90%가량의 핵심 부품을 삼성 계열사들이 2년여간에 걸쳐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삼성은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앞세워 디지털카메라 업계 1~2위인 캐논과 소니를 따라잡을 계획이다. 엔화 가치 폭등으로 소니 캐논 등 일본 업체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지금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게 디지털이미징의 판단이다.

하이브리드 디지털카메라는 DSLR(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의 성능과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휴대성을 두루 갖춘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