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국의 산업보호와 고용확보를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무역환경도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호무역압력이 가중될 경우 석유화학업종과 철강업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4일 '보호주의 충격의 산업별 영향과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기부양을 구실로 자국기업을 차별적으로 지원하거나 환경, 기술 규제와 연계해 비관세 장벽을 구축하는 등 우회적인 방식의 보호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특히 고용확대의 효과가 높거나 자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는 산업에 대해 집중적인 보호주의조치가 실시될 것"이라며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보호주의가 확산될 경우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가별로는 브릭스(BRICs)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EU(유럽연합) 등이 보호주의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호성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보호무역 장벽이 높은 BRIs는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등 선진국의 보호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응해 보호무역의 역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EU의 경우 경기침체로 실업이 빠르게 늘고 있어 대내적인 보호주의 압력으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또 "중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실제로 최근 수입규제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보호무역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때 석유화학업종과 철강업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소는 신흥개방도상국들의 집중 육성으로 공급과잉에 직면한 석유화학과 경기부양을 위한 SOC(사회간접자본)투자에 필수적인 철강 등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섬유와 자동자는 중위험군 산업에,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무선통신, 조선업종은 저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정 연구원은 "석유화학제품은 한국 수출품목 중 가장 많은 수입규제를 받는 품목으로 향후 보호무역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석유화학 수출은 2008년 368억 달러에서 2009년 186억 달러로 급감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가별과 산업별로 종합해 볼때 한국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산업은 한국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보호주의의 압력이 높은 중국에 대한 석유수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한국수출의 둔화 폭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반보호주의 국제 공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4월 2일 개최될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영국 런던 금융정상회의에서 일방적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한 국가가 기존의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명백히 위반되는 조치를 취할 경우 G-20 소속 국가들이 공동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공동 보복관세 부과와 관련된 기구를 WTO 등에 마련해 상시감시와 사후 신속한 심의의결을 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내부적으로는 국가별·산업별 매트릭스형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보호무역 압력 수준이 높아질 석유화학, 철강, 섬유, 자동차 등을 통상압력 강화 집중 감시 대상으로 선정해 선제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군인 IT산업은 보호무역주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일부 국가에서 제품분류기준 변경 등 우회적 방법의 규제를 실시함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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