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지만 앞날이 유망한 프로야구 선수가 있었다. 만 19살 나이에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꿈에 그리던 베이징 올림픽 대표선수로도 뽑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올림픽을 며칠 앞두고 교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자신이 빠진 TV 속 베이징은 더할 나위없이 행복해 보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 미국 쿠바 등 세계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컵을 거머 쥐었다.

너무 안타까웠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위해 다시 꾸려진 대표팀에는 아예 이름이 없었다. 이번에도 TV로 선배들의 활약상을 구경만 해야 하나.

그러나 WBC 개막 이틀을 앞두고 믿기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다. 대표팀에 합류하라는 통보가 날아든 것이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두산 베어스의 ‘아기곰’ 투수 임태훈(20).

김인식 한국야구 대표팀 감독은 4일 전날 요미우리와의 평가전에서 부진했던 히어로즈의 우완투수 황두성을 엔트리에서 빼고 두산 베어스의 임태훈을 급히 불러 들였다.

김 감독은 일본 오이타현 쓰쿠미 구장에서 전지훈련 중인 김경문 두산 감독에게 ‘SOS’를 쳤고 두산의 김 감독은 즉시 임태훈을 보내겠다고 화답했다. 임태훈은 비자 문제를 해결한 뒤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할 방침이다.

이번에 교체된 황두성은 요미우리와의 경기에서 선발 윤석민(KIA)의 뒤를 이어 3회 등판했으나 볼만 잇달아 6개를 뿌리는 등 제구력 난조로 고전했다. 1이닝 동안 다섯 타자를 상대해 알렉스 라미레스에게 홈런을 맞는 등 2안타 1실점 했다.

묵직한 직구가 장기인 황두성은 6일 대만전에 중간 계투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구위를 찾지 못해 결국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김인식 감독은 황두성을 대신할 선수로 빠른 볼과 낙차 큰 커브가 돋보이는 임태훈을 택했다. 임태훈은 1월 발표된 45인 로스터에 들지 못했지만 이번에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임태훈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가 윤석민(KIA)으로 교체됐었다. '베이징'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도쿄'에서 이루게 될 지 임태훈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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