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씨(28)는 지난해 8월 서울 압구정동에 샌드위치전문점을 열었다. 박씨의 점포는 32개 좌석에 카페 수준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샌드위치와 함께 유기농 커피,생과일 주스 등 각종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형 복합 매장이다. 창업비용은 1억2000만원(점포비 제외)으로 아버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박씨는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4시간 일한다.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있지만 매장 관리부터 홀서빙,배달까지 직접 뛴다.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는 매장 안 판매에 주력하고 오전과 오후에는 청담동 신사동 등 인근 지역으로 샌드위치 배달을 다닌다.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는 장점을 살려 '노는 시간' 없이 매출을 최대한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하루 매출은 130만~150만원 선.성수기인 여름에 비해선 20만~30만원 정도 줄어들었지만 카페형 점포 치고는 높은 수준이다. 박씨는 "매장 효율을 높여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 복합형 매장을 선택했다"며 "직장에 다닐 때보다 업무 강도는 세지만 뛰는 만큼 수익이 늘어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씨의 사례처럼 한 매장에서 두가지 이상의 사업 아이템을 취급하는 복합형 점포가 최근 창업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불황기에는 임대료나 인건비 등 경상비는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매출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점포들이 늘게 마련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복합화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통해 고객층을 넓혀 점포 효율성을 끌어 올리자는 취지다. 또 한 곳에서 식사와 디저트,음주,휴식 등 다양한 욕구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복합화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카페형 매장에서 레스펍,'멀티플레이' 문구점까지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복합형 점포는 카페형 매장이다. 샌드위치카페 '퀴즈노스 서브',아이스크림카페 '카페 띠아모',치킨카페 'BBQ카페',베이커리카페 '파리바게뜨 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한정된 고객층을 확대해 시간대별 또는 계절적 매출갭을 메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패밀리레스토랑과 생맥주 전문점을 결합한 '치어스','서유기' 등 '레스펍'도 창업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점심에는 수제 돈가스 등 간단한 식사메뉴를,저녁에는 다양한 퓨전요리와 함께 생맥주를 판매한다. 식사와 음주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점포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고객까지 겨냥하고 있다.

'색연필''통큰딱따구리' 등 팬시 · 문구전문점도 상권 특성에 따라 아동도서 및 DVD 대여,잉크 충전,사진 인화,택배 등 각종 편의사업을 병행하는 '멀티플레이' 매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 밖에 점심에는 국수메뉴를,저녁에는 고기메뉴를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고추맴맴'),수제 자장면을 파는 김치찌개전문점('오모리김치찌개'),탕수육 메뉴를 도입한 치킨전문점('티바두마리치킨') 등 외식업종에서 다양한 복합형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궁합' 안 맞으면 투자비만 날릴 수도

복합형 매장은 전문점이나 일반 매장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더 많이 든다. 레스펍의 경우 생맥주 전문점에 비해 인테리어비만 3.3㎡(1평)당 100만원 이상 더 든다. 음식점 등에서 커피 등 음료 판매를 병행할 경우 기기를 구입하고 설치하는 데만 최소 2000만원 이상 비용이 들어간다.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은 "섣불리 복합화를 시도하다 매장이 어수선해지고 점포의 특성을 잃어버려 매출이 오르기는커녕 투자비만 날리는 사례도 많다"고 조언했다.

샌드위치 카페의 경우 음식 손님이 몰리는 식사시간대에 카페 손님이 들면 시간당 매출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대별로 아이템에 맞는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복합형 매장은 점포 활용률을 극대화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며 "아이템별로 전문점 수준의 맛과 경쟁력을 갖추고 인테리어나 매장 분위기 등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각인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