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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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 술 한잔이 생각나는 퇴근 무렵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오가는 이야기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도, 느끼한 돼지 기름이 썩 내키지 않는 이도, 이 제안을 받게 되면 왠지 귀가 솔깃해지고 입안에는 이내 군침이 돌기 십상이다. 아마도 삼겹살과 소주가 주는 소박하고 부담없는, 그리고 친근한 느낌이 떠오르기 때문이리라.
이런 친숙함은 삼겹살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데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베이컨도 삼겹살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돼지 옆구리 부위 살에서 지방을 일부 제거해 소금에 절여 훈제를 했다는 점에서 주로 배 부위 살을 그대로 익혀 먹는 삼겹살과는 다르다.
지금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게 된 유래에 대해 정설은 없지만 개성 지방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개성은 예로부터 인삼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삼삼하다'라는 말은 삼겹살과 인삼에서 각각 '삼'자를 따서 두 가지를 함께 먹을 때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제는 3월3일, 소위 '삼겹살데이'였다. '3'자가 마침 겹쳐 '삼겹'인 날이니 삼겹살을 먹자는 의미다. 지난 2003년 당시 한 해 걸러 구제역이 돌면서 양돈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자 파주시와 파주 축협이 돼지고기 소비를 늘리기 위해 이날을 삼겹살데이로 지정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이유로 삼겹살데이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상술이 만들어낸 온갖 기념일과는 달리 비교적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올해 삼겹살데이에는 최근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난 데다 황사의 영향까지 겹쳐 평소보다 배나 많은 삼겹살이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팔리는 삼겹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삼겹살데이도 그 취지가 점차 퇴색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중에 팔리는 삼겹살의 거의 절반이 수입산인데다 유통업체들의 판촉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이 역시 상업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어려운 양돈 농가를 돕자던 당초 뜻이 무색해진 셈이다. 그나마 요즘엔 가격도 만만치 않아 이젠 대표적 서민 음식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다. 이래저래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는 제의가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이런 친숙함은 삼겹살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 데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베이컨도 삼겹살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돼지 옆구리 부위 살에서 지방을 일부 제거해 소금에 절여 훈제를 했다는 점에서 주로 배 부위 살을 그대로 익혀 먹는 삼겹살과는 다르다.
지금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게 된 유래에 대해 정설은 없지만 개성 지방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개성은 예로부터 인삼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삼삼하다'라는 말은 삼겹살과 인삼에서 각각 '삼'자를 따서 두 가지를 함께 먹을 때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제는 3월3일, 소위 '삼겹살데이'였다. '3'자가 마침 겹쳐 '삼겹'인 날이니 삼겹살을 먹자는 의미다. 지난 2003년 당시 한 해 걸러 구제역이 돌면서 양돈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자 파주시와 파주 축협이 돼지고기 소비를 늘리기 위해 이날을 삼겹살데이로 지정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이유로 삼겹살데이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상술이 만들어낸 온갖 기념일과는 달리 비교적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올해 삼겹살데이에는 최근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난 데다 황사의 영향까지 겹쳐 평소보다 배나 많은 삼겹살이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팔리는 삼겹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삼겹살데이도 그 취지가 점차 퇴색해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중에 팔리는 삼겹살의 거의 절반이 수입산인데다 유통업체들의 판촉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이 역시 상업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어려운 양돈 농가를 돕자던 당초 뜻이 무색해진 셈이다. 그나마 요즘엔 가격도 만만치 않아 이젠 대표적 서민 음식이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다. 이래저래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는 제의가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