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되돌아봐도 2월 임시국회에서 보여준 여야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 역량도 낙제점 이하임이 분명하다. 특히 회기 마지막날 서로 처리키로 합의했던 법안들마저 제대로 의결(議決)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당초 마지막날인 3일 오후 2시에 예정됐던 본회의가 몇차례나 연기를 거듭했지만 여야 원대대표단은 의결정족수부터 채우지 못했다. 특히 과반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의 상황인식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열기로 한 오후 7시 본회의에는 한나라당 의원 171명 가운데 104명만 출석가능해 개의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처음부터 법안처리에 의지가 없었거나,아니면 행위무능력자들이 아니고서야 세계 경제대란의 이 와중에 이런 무책임한 일이 빚어질 수는 없다.

민주당도 이제 경제살리기란 말은 아예 꺼내지 않는 게 맞다. 다수결 원칙은 애당초 남의 일이었고 노골적인 의사진행 방해작전으로 눈살만 찌푸리게 했다. 당지도부도 협상권조차 확보 못한 채 당 안팎의 눈치살피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여야가 합의해놓고도 운영미숙으로 처리 못한 14건의 법률안 하나하나를 한번 보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않은 것이 없다. 1년 이상 수없이 협의해온 은행법을 비롯해 국가균형발전법과 이른바 반값아파트값 관련법안,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여야가 시급한 민생법안이라며 처리키로 했던 것들 아닌가.

법안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민생의 고통이 커질 따름이다. 당장 임시국회를 열어 이들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국회에 입법활동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특히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여야의원들은 대거 해외로 몰려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추경과 한 · 미FTA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성과도 분명치 않은 온갖 명목으로 의원들이 해외로 몰려나가 버린다면 끝까지 민의(民意)를 저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3월 임시국회 소집을 둘러싸고 방탄국회 논란 등 여야간 속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기극복을 위한 법안처리만큼 다급한 현안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