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爭에 잃어버린 3개월…경제위기 외면
여야의 정치싸움으로 민생 · 경제법안들이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자칫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동력을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는 3일 국회 본회의서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모두 14건의 쟁점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국회문을 닫았다.

◆민생차질 불가피

지난해 연말부터 3개월을 별 성과없이 허송세월한 셈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자본을 활용한 은행의 자본확충을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로 어려워진 은행들의 대출 확대와 그에 따른 '돈맥경화' 해소의 기회는 뒤로 미뤄지게 됐다.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재편하는 내용의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처리가 무산된 것도 큰 문제다. 당장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50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30대 국책 선도프로젝트와 광역권 선도사업 예산이 법적 근거를 잃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광역 경제권별로 선도사업을 신청하고 중앙 정부는 관련 예산을 보내기로 했지만 이런 구상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수도권보다 경제침체에 취약한 지방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투자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방포괄보조금' 제도를 도입,오는 4월부터 시 · 도가 예산을 받아 자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이 또한 수포로 돌아갔다.

재건축사업으로 증가되는 용적률 중 25% 범위에서 임대주택을 건설토록 한 조항을 삭제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건설업계의 시름도 더 깊어졌다.

국가나 지자체,대한주택공사 등이 토지를 소유하고 입주자에게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을 도입한 이른바 '반값 아파트'법도 서민의 주택문제 해결 가능성 때문에 기대를 모았으나 다음으로 처리가 유보됐다.

◆법안들 무더기 계류

국회가 쟁점법안을 핑계로 난투극만 일삼는 사이 다른 민생법안과 현안논의는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4일 현재 18대 국회에는 무려 2548개의 법안이 먼지만 쌓인 채 처리가 늦춰지고 있다.

교육위의 경우 사업자가 학교 설립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학교용지특례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지자체가 개발사업 인허가를 미루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98개 농산어촌의 학교가 폐교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설립에 대한 법적 지원은 정쟁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저소득층이 고른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교육복지법안'도 법안소위에서 손도 못 대고 있다.

이준혁/김유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