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이화여대 졸업생인 양효정씨(가명)는 작년 초 학교 경력개발센터의 추천으로 한 유명 로펌에 취직했다 한 달여 만에 그만뒀다.

복지 등 근무 조건이 엉망인 데다 단순 경리 업무만 시켰기 때문이다. 양씨는 "센터의 추천이라 의심 없이 지원했다 큰 낭패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경력개발센터는 그 뒤로도 계속 그 회사 채용공고를 띄우다 피해 학생들이 게시판을 통해 항의하자 공고를 내렸다.

#사례 2. 대학생 김은정씨(23 · 가명)는 최근 취업 문제로 고민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교 취업지원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취업지원센터에서는 캠퍼스리크루팅이 열리는 3월 중순께 다시 찾아오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내놨다. 김씨는 결국 밤새 인터넷 취업 관련 카페를 뒤져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극심한 취업난을 맞아 각 대학들이 학생들의 취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경력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름만 걸어놨을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학생들에게 단순히 전달하는 '중개소' 역할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중앙대를 졸업한 김관식씨(32)는 "경력개발센터에서 제공하는 취업정보는 정보량에 있어 취업포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열악하다"고 꼬집었다.

취업 지원 학생에 대한 사후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경력개발센터가 취업경력개발센터 추천을 통해 얼마 만큼의 학생들이 실제 취업을 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

홍보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력개발센터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그러다 보니 이용률도 저조하다.

한양대 취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센터에 이력서를 등록한 학생은 전체 학생 중 10%에 불과하다. 지난달 서울대에서 열린 취업 관련 특강에 참여한 학생은 100명도 되지 않았다. 연세대 취업진로지원팀에는 기업들의 상반기 채용이 얼마 남지 않은 최근에도 상담을 신청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력센터를 통해 소개되는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 점도 불만이다. 고려대 경력개발센터에는 작년 3월부터 총 5600개의 구인의뢰가 접수됐다.

그러나 대부분이 인턴사원 채용이나 영업직 등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다. 신정 고려대 경력개발센터장은 "경력개발센터로 들어오는 일자리 중 괜찮은 것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리어잡의 이인희 팀장은 "그동안 상위권 대학일수록 굳이 학교가 나서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100%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취업 지원에 소홀했다"며 "하지만 취업난이 심각해진 만큼 전문상담직을 보강하고 산 · 학 교류를 맺는 등 보다 적극적인 취업 지원활동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