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네트워크사회 운운하면 너무 뻔한 논의가 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이 일반화된 지 10여년 사이 사회를 들여다보는 주요 이론틀이 대부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 강하게 든다. 물론 네트워크사회는 인터넷 이전에도 가능한 개념이었고,이것을 바탕으로 한 사회연대 논의도 활발했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네트워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것이고,전자커뮤니케이션을 중심축으로 한 그것을 말하는 것이 대세다.

'네트워크사회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마누엘 카스텔 교수(남가주대)의 최신작 《네트워크사회》가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네트워크사회의 도래》(2003년) 《밀레니엄의 종언》(2003년) 《정체성 권력》(2008년) 같은 전작에서 정보화 사회의 기술결정론적 시각을 배격하고 '연결된 다수의 개인들'의 주체성 문제를 추구해온 자세를 이번에도 이어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네트워크사회에서는 개인이나 집단,정부가 하나의 노드(node)로 연결돼 있다. 이런 사회의 주체는 개인이나 집단의 단위인 인간이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네크워크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모티브는 사회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흐름 위에 있는 네트워크사회는 '연결된 다수의 개인들'이 더 많은 역량을 기대하고 요청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번 신작의 또다른 주제는 네트워크사회에서 가치와 권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수직구조에 기반한 산업시대까지는 권력자 일방의 자의적인 의제 설정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사회에서는 무수한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중요한 가치'가 부각되고 이런 가치들이 결국 권력을 만들어낸다고 저자는 본다. 생각이나 정서가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속도를 기존 정치엘리트나 자본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힘이 된다는 얘기다.

'비교문화 관점에서 본 네크워크사회'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해당 분야 연구원 25명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프로젝트 결과를 엮은 것이다. 미국과 영국 핀란드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기업 생산성,미디어,공공정책의 다양한 수준들을 비교 검토한 상당한 분량의 연구서다.

우종근 편집위원 umbec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