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소 · 중견 상장사들이 이번 정기주총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잇따라 정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을 고려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우선주 발행 등 자금조달 수단을 새로 만들거나 발행 한도를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일고무벨트 한국석유 수산중공업 케이프 진양제약 씨앤에이치캐피탈 등 중소 상장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이번 주총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동일고무벨트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CB나 BW를 발행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 2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10배나 확대하는 안건을 오는 20일 주총에 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국석유공업과 코스닥시장의 케이프도 100억원인 CB · BW 발행 한도를 각각 200억원과 3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또 진양제약은 오는 20일 주총에서 250억원 한도의 CB BW 발행 조항을 정관에 신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주 발행이나 BW 배정대상을 확대하는 상장사들도 있다. 씨앤에이치캐피탈은 5000만주 한도로 우선주를 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항을 정관에 추가하기로 했고,화장품 개발 · 제조 업체 코스맥스도 지난 3일 1000만주 한도로 우선주를 발행할 수 있는 정관을 주총 안건으로 올려 놓은 상태다. 또한 수산중공업은 BW 발행 대상으로 기존 국내외 금융기관 외에 주요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올 상반기는 성장보다 생존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자금 조달을 위한 정관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내 중견업체들도 정관 변경을 통해 올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CC는 지난달 27일 주총에서 CB 발행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렸으며,계룡건설도 오는 13일 주총에서 CB · BW 발행 한도를 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특히 중소 상장사들이 CB나 BW 발행을 위한 정관을 마련하는 것은 일반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우량 기업들의 일반 회사채는 유통시장에서 잘 소화되지만 BBB급들은 여전히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CB나 BW는 기업 입장에서 발행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인수자들도 주식 전환이나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자본 이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발행이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신 팀장은 또 "CB나 BW는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지분 확대를 통한 안정적 경영권 확보 방안의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