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못하면 자치구라도 나서서 롤 모델을 만들어야죠."

정부나 대형 의료기관이 아닌 구청 보건소가 의료허브를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계획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보건소의 서명옥 소장(48)은 "성공하면 좋은 모델이 될 것이고,실패해도 보완점을 찾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6년 전 시작한 싱가포르의 의료관광객이 한 해 50만명,태국이 150만명에 이르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2만명도 안 된다"며 "40~50년 전 제정된 의료법에 발이 묶여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지난 1월 의료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서둘러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싸고 기술수준이 높아 의료관광산업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구보건소가 의료관광사업을 선도적으로 펼치는 것에 대해 서 소장은 "의료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성형외과 안과 등 병원 2200개소가 강남구에 몰려 있고 코엑스,호텔 등의 인프라가 잘돼 있어 의료관광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강남구청과 함께 지난달 17일 의료기술이나 서비스 수준 등을 감안해 30개 의원과 여행사 10곳을 메디컬투어 협력업체로 위촉했다. 거리 안내판도 동서남북 도로에 번호를 매기는 미국식으로 바꾸고,관공서 간판에는 영어와 한자를 병기했다. 이태원을 대체할 한국 고유의 관광거리도 조성할 방침이다.

서 소장은 "의료허브를 만들면 의료수입뿐만 아니라 여행산업 활성화,일자리 창출 등의 부대 효과가 크다"며 "오는 4월에는 중국과 러시아 고객 등을 타깃으로 현지 로드쇼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한류 바람을 타고 의료관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지만 아직도 의료관광객을 위한 법적 걸림돌이 많고,비자발급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진료예약확인서가 있으면 비자를 발급해주거나 의료관광 전용 비자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서 소장은 경북대 의대를 나와 서울시립동부병원 방사선과 과장을 지냈다. 이후 한림대 · 고려대 의대 방사선과 외래교수로 활동하다 2004년 강남구보건소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 잘나가는 방사선과 의사를 하다 소득이 급감한 보건소로 자리를 옮긴 이유를 묻자 그는 "처음엔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좋은 의료정책을 만들면 파급 효과도 크고 보람도 크다"며 웃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