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을 거닐다 보면 설명을 멈출 수가 없어요. 우리 역사와 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다양하게 품고 있는 공간이니까요. "

조영희 서울문화유산해설사는 북촌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회동 31번지 일대 한옥 밀집지역,소박한 규모지만 특이한 볼거리가 있는 박물관들,무형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는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건물에 숨어 있는 역사를 생각하면서 걷다보면 2~3시간은 금방 간다. 주변에 음식점이나 카페도 많아 가족,또는 연인들끼리 주말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운현궁과 북촌문화센터,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로 나와서 조금 걸으면 조선 말기의 풍운아 흥선대원군이 거처했던 운현궁이 나온다.

왕위에 오르기 전 어린 고종이 자랐고 이후 대원군이 서원 철폐,경복궁 중건,세제 개혁,법전 편찬 등 개혁을 주도했던 공간이다.

사대부가와 궁궐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것이 특징.고종 즉위 후 흥선대원군이 주로 머물며 개혁정책을 논의했던 '정치 사랑방' 노안당,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가 열렸던 노락당,안채인 이로당 등을 볼 수 있다.

운현궁에 이어 북촌문화센터에 들러보자.이곳에선 지도와 안내책자를 구할 수 있어 북촌 탐방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문화센터에서는 전통주 빚기,전통자수,전통매듭공예 등의 강좌도 진행된다.

우리의 무형문화를 가까이서 만나고 싶다면 헌법재판소 맞은 편 골목에 있는 서울 무형문화재 교육 전시장을 찾으면 된다.

6일부터 초고(풀과 짚으로 만든 공예품)와 등메(문양을 넣고 천으로 꾸민 일종의 돗자리) 전시회와 무형문화재가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청원산방과 아기자기한 박물관이 있는 가회동 11번지=재동초등학교 후문 부근에 있는 청원산방은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6호 소목장인 심용식씨의 집이다.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한옥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청원산방은 전체적으로 감각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지만 전통미가 돋보이는 문이 특히 볼 만하다. 이 중 가장 독특한 문은 실내에 있는 달아자살문이다.

청원산방을 나와 좀더 걸어가면 가회동 11번지가 나온다. 이 일대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박물관들을 찾아가는 것은 북촌 나들이의 또다른 묘미다.

민화 350점과 부적 750점 등을 소장하고 있는 가회민화박물관,자수 관련 유물과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한상수씨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한상수 자수박물관,불상 · 불화 · 공예 · 도자 · 민속품 등을 갖추어 불교미술 전문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한 한국불교 미술박물관,노리개 · 허리띠 · 주머니 등 장식용 매듭 및 매듭 재료를 전시하고 있는 동림 매듭박물관,한국 및 세계의 닭 예술품을 전시하는 서울 닭문화관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들 박물관 5곳을 모두 구경하려면 자유관람권(성인 10000원,청소년 5000원)을 사는 게 경제적이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서울 닭문화관이다. 30년 동안 꼭두닭(꼭대기에 설치된 닭 모양의 나무조각)을 모아 왔다는 김초강 관장은 "우리 문화에서 닭은 초례상에 올라가고 조각으로 상여에도 장식되는 중요한 존재로 닭을 통해 우리 문화와 조상의 솜씨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층 전시실에 있는 꼭두닭들은 상여에 올라갔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색채와 개성적인 모양새를 뽐낸다. 꼭두닭은 쌍을 맞추어 보통 2~3쌍이 설치된다.

꼭두닭 한 쌍을 유심히 보면 크기가 약간 다른데,큰 쪽이 수탉이고 작은 쪽이 암탉이라고 한다. 1층에서는 김 관장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닭 공예품과 닭 문양이 들어간 우표,엽서 등이 테마전으로 전시돼 있어 눈길을 잡는다.

◆한옥이 모여 있는 가회동 31번지=

가회동 11번지에서 멀지 않은 31번지 일대에는 한옥이 밀집돼 있다.

이곳과 11번지에 모여 있는 한옥은 900여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한옥들이 처마를 층층이 겹치며 모여있는 자태가 한눈에 들어오고,멀리로는 고층 건물들이 한옥을 병풍처럼 둘러쳐 조화를 이룬다. 한옥들이 마주보고 이어져 만들어 낸 소박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난히 '튀는 건물'이 하나 있다. 꼭대기에 있는 초록색 박공지붕 집으로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양옥인 이준구가다.

개성 송악의 신돌인 화강암과 프랑스 기와를 사용해 지었다는 이준구가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이색적이라 눈에띈다.

이고운 기자, 사진=임대철 인턴 ccat@hankyung.com

● 문화해설사 무료설명도 들으세요!
북촌 관광을 원하는 날짜에서 최소 3일 전 인터넷(dobo.visitseoul.net)이나 전화(02-2171-2459)로 예약하면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무료로 들으며 북촌 일대를 둘러볼 수 있다.

외국인은 1명 이상부터,한국인은 2명 이상부터 이용 가능하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일본어,중국어 안내도 지원된다. 코스는 두 가지다.

1코스(운현궁→북촌문화센터→불교미술박물관→한상수자수박물관→가회박물관→매듭공방→한옥체험관→무형문화재교육전시장,약 3시간 소요)와 2코스(운현궁→북촌문화센터→무형문화재교육전시장→옻칠공방→화문석공방→가회동한옥촌→세계장신구박물관→티베트박물관→종친부,약 3시간30분 소요)가 있다.

사전에 해설사와 협의하면 방문지를 추가하거나 제외할 수도 있다. 월요일에는 이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