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매춘 사실이 폭로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던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가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로 변신해 워싱턴DC에 돌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뉴욕주 검찰총장 시절 월가 부패와 싸우면서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스피처 전 주지사(사진)가 백악관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오피스 빌딩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스피처는 부친의 부동산 회사를 통해 13층짜리 유리 빌딩을 1억8000만달러에 사들였다. 4200만달러를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를 떠안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이 빌딩은 성 추문의 진원지였던 메이플라워 호텔 인근에 있다. 백악관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빌딩 구입 배경에 대해 스피처는 "아주 훌륭한 건물이어서 사들였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부동산 투자자로 변신한 스피처가 이번 빌딩 매입을 계기로 부동산 사업가로 역량을 발휘할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피처는 "이번 투자는 사업가로서 다시 출발하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뉴욕주 검찰총장과 주지사 등 공직 생활에 대해서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기쁨이었다"고 회상하면서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진 스캔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스피처의 빌딩 구입이 관심을 끄는 것은 개인적인 이력 탓이기도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건물 소유주였던 사모펀드 회사인 브로드웨이파트너스는 금융사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채권자들로부터 보유 건물을 압류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런 건물의 효용성을 직접 따져보고 세입자들을 만나본 후 머뭇거리지 않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스피처는 "건물 값이 떨어질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했음을 강조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스피처는 부동산 시장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 자신의 부친이 60년 동안 부동산 사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확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스피처의 가족 회사는 맨해튼 5가의 크라운빌딩을 포함해 유명 건물 여러 개를 소유하고 있다. 스피처는 자신은 장기 투자자이며 빚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서둘러 팔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스피처는 자신의 새로운 일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경쟁을 해야 하는 시장(마켓)의 생동감과 역동성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뉴욕주 검찰총장일 때는 그런 자본주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시장의 플레이어로서 역량을 발휘해보겠다는 포부다. 어떤 일이 더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두 가지 일 다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고 답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