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주주총회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경기둔화로 올해 글로벌 판매 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해서다.

KT LG데이콤 삼양 등 다른 기업들의 주총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수익확대를 통한 생존을 화두로 내걸었다.

◆"비용절감 최우선"

정몽구 현대 · 기아차그룹 회장은 이날 주총에 앞서 배포한 영업보고서에서 "경기침체가 올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판매 확대와 더불어 경영에 있어 불요불급한 요소들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우면동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총에서 이석채 사장은 "시내전화 가입자가 하루 5000명씩 이탈하고 있고 세계적 경기침체로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투명하다"며 "임원들이 책임 경영을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KTF와의 합병을 통해 유 · 무선 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여 레드오션이 아닌 블루오션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LG데이콤은 서울 강남사옥에서 주총을 열어 정보인증 및 기억장치 제조판매,임대업,결혼관련 정보제공 등 9개 사업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박종응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며 "인터넷 전화와 같은 1등 사업을 더욱 육성해 제2 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임원보수 동결 · 삭감 잇달아

기업들은 임원 보수한도를 동결하거나 삭감했다. 기아차는 올해 이사 보수한도액을 작년과 같은 100억원으로 확정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작년 실제 집행된 임원 보수는 전년보다 10억원 감소한 34억원에 불과했다"며 "비용절감을 위해 임원 보수를 한푼이라도 깎는 게 당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아차는 작년 30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주주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서영종 사장은 "3년 만에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비상경영 상황이어서 배당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이사 보수한도를 종전 50억원에서 45억원으로 10% 삭감했다. 인터넷전화 시내전화 등의 가입자가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작년 매출액은 11조78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고,당기순익 역시 4498억원으로 54.2% 줄었다. KT 사외이사들은 이와 별도로 월 500만원 안팎인 활동비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사장단 큰 폭 교체

주요 기업 임원들이 이번 주총을 계기로 대폭 바뀌었다. 기아차는 정의선 사장을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정성은 부회장과 서영종 사장,이재록 전무를 신임 사내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정몽구 회장은 기아차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정성은 부회장과 서영종 사장은 이날 신임 대표이사도 맡게 됐다. 기아차는 또 신건수 KCL 고문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박영수 국민대 경영대 겸임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KT는 이날 김응한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와 이춘호 KBS 이사,허증수 경북대 교수를 사외이사로,이상훈 기업고객부문장과 표현명 코퍼레이트센터장을 상임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삼양사는 김량 삼양제넥스 사장을 식품부문 총괄 사장에 선임했다. 김 사장은 김윤 삼양사 회장의 동생이다. 삼양사 계열인 삼양밀맥스는 최두진 전 아산공장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했다. 쌍용정보통신은 이윤호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조재길/박영태/이정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