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에 보험설계사(FC)로 일하기 전 한동안 미국계 노스웨스트 항공사에서 일을 했다. 외국계 회사에서의 근무 경험은 FC(파이낸셜 컨설턴트)생활에 큰 도움을 줬다. FC로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한국 3M이나 한국휴렛팩커드(HP) 등 외국계 회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외국 문화를 상대적으로 많이 접하다 보니 "우리나라와 참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미국만 하더라도 퇴근 뒤 사업문제 또는 회사동료 간 친목 차원에서 이뤄지는 저녁모임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고,가족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강한 가족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 같이 생활하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남성이나 여성들은 자신과 남편이 없을 때 가족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게 될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화는 보험 가입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보장성 보험의 경우 2005년 기준으로 1인당 사망보험금이 1800만원으로 가구의 연평균 소득에도 미치지 못한다. 삼성생명 고객 1명의 보장자산을 보더라도 평균 42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연소득의 2배 이상을 보장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금보험도 사정은 비슷하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은 국내 회사에 비해 연봉은 높은 반면 정년이 짧아 50세 전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30세부터 20년을 벌더라도 나머지 30년을 수입 없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돈을 한창 벌 때 자녀교육비에만 신경 쓰고 노후에 대해선 등한시하다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좌절하는 분들을 자주 보아왔다. 40대 초반이라면 연금 1개쯤은 가입해 있어야 하지만,실제 상담을 하다보면 오히려 신입사원들의 관심이 더 많다.

실제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인당 연금자산은 920만원으로 미국(1억790만원)의 12분의 1,일본(5810만원)의 6분의 1에 그치고 있다. 가족의 생활안정뿐만 아니라 본인의 노후에 대해서도 준비가 미흡한 것이다.

16년간 일해 오면서 비교될 만한 두 가지 사례를 동시에 겪은 적이 있다. 40대 초반의 남편이 췌장암으로 사망했지만 보험금으로 넉넉히 살 수 있었던 한 여성과,30대 후반의 남편이 위암으로 사망한 뒤 보험금 없이 자녀 2명과 힘겹게 살아야 했던 부인의 사례다.

그 때 본인의 노후와 가족의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바쁘게 사느라 당연히 1순위여야 할 본인이나 가족이 후순위로 밀리는 우리나라.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성자 FC 삼성생명 여의도금융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