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에 퍼준 공적자금 누가 빼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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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가 망했으면 유럽은행시스템을 붕괴 위기로 몰아갔을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폴 칸조르스키 하원의원은 지난 5일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지난 9월 리먼을 파산시킨 것과 달리 AIG는 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AIG의 거래상대방 가운데 유럽 금융사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IG는 지난해 9월 이후 미국정부로부터 모두 173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래도 아직 회생 기미가 엿보이지 않고 있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난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자금 가운데 상당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으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조야를 들끓게 하고 있다.
로이터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과 경제주간지 <포천>은 지난 7일 각기 AIG로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받아먹은 금융사들의 이름을 폭로했다. 월스트트저널에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20여개가 넘는 금융사들에 은밀하게 빠져나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독일의 대형은행 도이체방크가 각각 60억달러를 지난해 9월과 12월 사이에 받은 것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사들이 'AIG구제금융‘을 수혈받았다.
이들은 AIG와 모기지관련 증권을 비롯한 파생금융상품을 거래하다가 손실을 당할 처지에 몰렸던 금융사들이다. 말하자면 이들은 미국의 공적자금으로 부실자산에 노출돼서 일어나게된 손실을 '보상'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상받은 금융사 가운데는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 아메리카은행(BOA), 와초비 등 미국 금융사 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은행(RBS), HSBC, 바클레이즈, 로이드 등 영국의 주요은행, 프랑스의 소시에테 제너럴 및 클레이언, 라보뱅크, 단스케, 방코 산탄데어 등 세계 굴지의 금융사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대형 금융사들이 연루돼 있고, 특히 유럽은행까지 다사 끼어 있었던 탓에 미국 금융당국은 그 명단을 공개하기를 거부해 왔다.
도널드 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지난 5일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서 AIG 구제 자금의 용도를 공개하라는 의원들의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AIG가 비즈니스를 계속하는데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며 거부했다.
콘 부의장은 당시 "AIG의 거래상대방에는 연기금과 미국 가입자를 포함해 전세계에 엄청나게 많다"며 “AIG의 문제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IG 구제금융 ‘유출’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 의회는 발끈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구제금융 집행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결여된 것이 더 놀라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FRB와 재무부가 잠시 숨길 수 있지만 영원히 비밀을 지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3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무엇보다 제일 화가 났던 것은 헤지펀드처럼 운영돼온 AIG를 구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는 어떤 금융기관보다 보수적이어야 할 보험회사가 이처럼 방만하게 운용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금융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차기태 기자 ram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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