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각종 수수료 인상 및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서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지만 서민과 중소기업들은 금융회사가 자기 잇속만 챙기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 달부터 인터넷뱅킹을 통해 다른 은행에 자금을 이체할 때 적용하는 수수료를 300원에서 500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수수료가 면제되던 우리닷컴통장 가입자들도 전월 평균 잔액을 10만원 이상 유지해야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게 받던 이체수수료를 다른 은행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다음 달 6일부터 미화 5만달러를 초과하는 해외송금에 대한 수수료를 종전 20달러에서 25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 은행은 유로화에 대해서도 5만유로를 초과하는 송금에 대해선 종전 미화 20달러 상당액 대신 25유로를 받기로 했다. 전신환 매도환율을 적용해 원화로 환산하면 수수료가 약 3만원에서 5만원으로 2만원가량 늘어나게 된다.

은행들은 수출기업에 적용하는 환가료율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환가료는 은행이 수출기업의 수출환어음 등을 매입하고 외화 수출대금을 미리 기업에 지급하면서 이자 성격으로 받는 수수료다. 국민은행의 환가료율은 3개월 미 달러화 기준으로 6일 현재 6.42%로 지난 1월 말보다 0.11%포인트 인상됐으며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도 일제히 0.11%포인트 올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외화자금 조달 금리가 올라 환가료율을 인상해야 하는 처지"라며 "해외송금 수수료 역시 외국의 중개은행이 수수료를 올려 청구하면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많이 내리고 대출금리는 적게 내려 비난을 사고 있다. 국민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 금리를 작년 9월 말 최고 연 6.6%에서 이달 5일 현재 연 3.65%로 3%포인트가량 인하했다. 하지만 이 은행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작년 9월 말 대비 1.81%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작년 9월 말 이후 예금금리를 2.30%포인트 내렸지만 신규 주택대출의 최저 금리는 2.02%포인트만 인하했다.

일부 은행은 증시 위축으로 펀드 판매가 어렵게 되자 보험상품 등을 끼워파는 이른바 '꺾기 영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 측이 직원들에게 하루에 상품 5개를 팔도록 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불법 꺾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연회비를 높이면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수익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달부터 SK오일백 현대카드의 서비스 연회비를 종전 5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반면 오는 6월5일부터 전월 실적에서 주유이용금액을 제외하는 등 서비스 제공 기준은 오히려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다음 달부터 놀이공원과 한국민속촌 할인 조건을 직전 3개월 월평균 실적 10만원 이상에서 20만원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KB카드는 오는 5월15일부터 신용카드 포인트 적립률을 현행 매출금액의 0.2%에서 0.1%로,체크카드는 0.5%에서 0.2%로 각각 축소할 예정이다.

정재형/이태훈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