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노사가 일반 은행원들의 임금을 줄여 일자리 늘리기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임원이나 신입행원에 이어 기존 직원들의 임금까지 반납하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 측이 동의해줄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18개 은행 노조 대표자들은 지난 5일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상임간부 워크숍에서 기존 직원들의 임금 동결 및 반납 여부,신입행원 및 청년인턴 채용 문제 등을 금융노조에 전적으로 위임해 사측과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매년 임금인상률은 금융노조가 은행권을 대표해 사측과 협상해왔지만 임금 삭감과 채용 문제까지 은행권 전체의 위임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권이 일자리 나누기에 어떻게 대처해 가야 할지를 개별 은행별로 논의하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측도 금융노조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장들은 9일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뒤 다음 주부터 금융노조와 본격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우선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돼 금융노조와 대화한 뒤 은행장들이 주축이 돼 이달 중 발족하는 금융산업 사용자협의회로 대화 창구를 일원화할 예정이다. 은행 경영진들은 현재 기존 행원들의 임금을 5~10% 반납하는 방안을 금융노조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행원이나 임원들의 임금 삭감만으로는 일자리 늘리기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은행원 1인당 평균 임금이 6800만원이고 금융노조원 수가 8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5%씩만 연봉을 줄여도 2700억원가량의 일자리 늘리기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한 은행 임원은 "어떻게든 일자리 늘리기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은행 노사가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기존 직원들의 임금 삭감이나 동결 등을 포함해 여러 사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