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제5단체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후 여의도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대학의 졸업식 광경을 봤다. 예전 같았으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사회 초년생들의 활기 찬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졸업식에서 축사는 위로사로 들리고,희망보다는 좌절 속에서 첫발을 내디디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인사말의 주류를 이룬다고 한다. 30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으로서 졸업 축하 꽃다발을 받고서도 취업 걱정으로 힘들어하는 졸업생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책임감과 함께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 왔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일자리'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최대 화두다. 무엇보다 실업 문제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희망을 이야기하고,고통을 함께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얼마 전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유언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였다. 그 분은 겨울 한파와 경제 위기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 국민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힘을 보여주고 가셨다. 우연히도 김수환 추기경의 영결식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달 경제 위기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경영계는 해고 자제를,노동계는 임금인상 자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 · 사 · 민 · 정 대타협을 이뤄 냈다. 기업 · 근로자 · 정부 등 각 경제 주체의 고통 분담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고용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임을 함께 인식한 것이다. 경제 위기 앞에서 모처럼 각 경제 주체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고,그 자리에 나 자신도 중소기업계 대표로 함께했다는 자긍심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희망의 메시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중소기업계가 노 · 사 · 민 · 정의 사회적 합의에 부응해 중소기업 대표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등 사회적 고통 분담을 실천하는 데 솔선수범함으로써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동계 역시 약속대로 파업을 자제하고 임금 동결 · 반납 · 절감을 실천해야 하며,정부도 일자리 유지와 나누기에 힘쓰고 있는 경제 주체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 경영자에게는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에서처럼 무거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그 밑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 나가고 있다. 이럴 때 중소기업 경영자가 직원들과 함께 일자리를 나누며 지켜 내는 모습을 보이고,근로자들의 애사심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기업의 미래 가치와 상호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나부터 다른 사람에게 '희망의 스위치'를 눌러 주자.그러면 그 사람에게도 힘이 되지만 내게는 더 큰 힘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희망의 전달'이다. 지금 우리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희망의 중소기업을 만들어 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