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접어야 할지 갈림길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개성공단의 A업체)

북한 군부가 9일 남측 근로자의 개성공단 방북을 전면 차단하면서 공단 입주업체들이 '공황상태'를 맞고 있다. 개성공단 방북 차단이 장기화되면 입주업체들은 납기 지연,주문 취소 등의 여파로 도산이 속출하는 등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공장에 대한 원부자재 공급이 중단되면 생산 차질로 인해 이미 정해진 납기를 맞출 수 없고,이는 신규 수주 중단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부회장은 "과거에는 개성공단 근무자들의 출입이 불편한 정도였지만,지금은 생산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이번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반도체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출입 축소 등의 상황이 터질 때마다 생산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말로 바이어를 설득해 왔지만,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태"라고 밝혔다.

C사 관계자도 "오늘 아침에 직원 4명이 자재를 싣고 들어가려다 되돌아왔다"며 "매일매일 자재를 싣고 개성공단에 들어가 제품을 생산하고 완성품을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정말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측 관계자는 "남북 간 경색국면이 심화되더라도 개성공단 가동 자체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사태가 오고 말았다"며 "조속히 해법을 모색하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 진출 업체들이 집단 부도위기에 몰리는 상황마저 빚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거나 다른 악재가 추가로 발생한다면 공단 입주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는 등 '중대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일부 업체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이다. E사 관계자는 "통일부가 기업들에 개성공단 투자를 유도했던 만큼 생산 차질이 생길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강력하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성포리테크(대표 김종달)는 이날 45억원 규모의 개성공단 아파트공장 입주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미성포리테크는 낙원건설이 신축 중인 아파트형 공장에서 휴대폰 키패드를 생산하기 위해 분양 계약을 맺었지만 최근까지 남북관계 경색이 계속되는 데다 북측 인력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아파트형 공장이 준공되더라도 인력 수급 문제 등으로 정상 가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