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교역이 8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데다 무역금융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고,보호무역주의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8일 발표한 '개발도상국들의 금융위기 극복방법'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선진국들의 수입이 3.1% 위축되는 반면 신흥국과 개도국의 선진국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세계교역의 70%가 선진국들 간에 이뤄지나 개도국들은 선진국 수출시장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진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무역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관측했다. 교역감소 여파로 올해 중반까지 전 세계 산업생산도 지난해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무역금융도 급속히 위축되면서 교역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금융사들이 금융위기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느라 몸을 사리는 바람에 수출입업자들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 세계 무역금융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40%나 줄어든 것으로 세계은행은 추정했다. 같은 기간 무역금융 대출 성사 건수는 항공과 해운을 제외하면 116건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2004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적다.

세계은행은 또 점증하는 보호무역주의도 교역 위축의 주요 원인이라고 꼽았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78건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제안됐거나 이행됐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17건은 주요 20개국(G20)이 발동한 보호무역조치라고 분석했다.

한편 세계은행은 개도국들이 올해 2700억~7000억달러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신흥국들로 순유입된 자본은 2007년의 절반 수준인 4670억달러로 줄어들었으며,올해는 1650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내다봤다. 여기에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신흥국들의 총 부채는 2조~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앞다퉈 국채를 발행,블랙홀처럼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어 개도국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세계은행은 분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