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데이터’는 정확했다. 9일 저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아시아지역 예선 1라운드 한국-일본전.

일본 선발투수로 나온 이와쿠마 히사시의 공은 예상대로 철저하게 ‘저공비행’을 했다.
190cm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직구는 대부분 타자의 무릎쪽을 파고 들었고 검지와 중지를 벌려 잡는 변화구인 ‘포크볼’과 ‘스플리터’는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에서 예리하게 떨어졌다. 구종을 오판하면 헛스윙, 타이밍을 맞추더라도 내야 땅볼에 그쳤다.

이와쿠마의 공은 이미 ‘데이터’를 통해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이와쿠마는 작년 시즌 201⅔이닝을 던지면서 단 3개의 홈런만 맞았다.

거의 7~8게임에 한 개 정도로 가물에 콩나듯 홈런을 허용한 셈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낮은 쪽으로 제구를 했다는 의미다. 이날 한국 타자들도 3회까지 단 한 번도 내야 너머로 공을 쳐내지 못했다.

그러나 4회부터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종욱의 볼넷, 정근우의 안타로 이어진 1사 1,2루에서 김태균의 좌익선상 적시타가 터졌다.

낮은 볼을 예상한 김태균의 배트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일본은 군더더기 없는 수비로 응수했다.

한국팀 특유의 ‘발야구’를 간파, 3루로 뛰던 정근우를 잡아냈다. 2사후에는 2루에 있는 김태균의 발이 빠르지 않고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가 중장거리 타자가 아니라는 ‘데이터’를 일본팀이 100% 활용했다.

아니나 다를까. 느린 발로 홈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몰린 김태균의 리드폭이 커졌고 일본 포수 조지마 겐지는 이틈을 놓치지 않았다. 결과는 김태균의 태그 아웃.

한국팀도 ‘데이터’를 십분 이용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봉중근은 데이터의 힘을 역이용한 케이스. 봉중근의 ‘데이터’는 일본 대표팀에게 부족했다. 지난 7일 김광현을 철저한 데이터 분석으로 무너뜨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일본 타자들은 5회까지 단 3안타로 침묵했다.

4회말 위기를 넘긴 힘도 데이터에서 나왔다. 1사 1루에서 4번 무라타 슈이치가 나오자 봉중근의 공격적인 피칭이 이어졌다. 무라타에게 볼 카운트가 밀리면 위험하다는 데이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라타는 ‘노려치기’의 명수. 대신 카운트가 몰려 ‘노려칠’ 확률이 낮아지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무라타는 결국 1루수 파울 플라이로 힘없이 물러났다.

어떤 스포츠보다 풍성한 데이터가 쏟아지는 야구. 이를 통해 다음 플레이를 예상하는 것이 야구만의 묘미가 아닐까.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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