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 등 특수소재로 발전용 장비 · 부품을 만드는 티에스엠텍(대표 마대열).수시채용이 원칙인 이 회사의 입사경쟁률은 보통 30 대 1을 넘는다. 올해 1월 4년제 대졸 신입사원 2명을 모집할 때도 9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중소기업 기피현상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이 회사가 갖춘 경쟁력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만큼 대우가 좋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4년제 대졸 기준 신입사원 연봉은 2600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제조업체와 견주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또 산재보험과 별도로 1인당 60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재해 · 상해보험 비용도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이외에 하루 3끼 무료제공,기숙사 무료운영,금연수당 연간 120만원 지급 등 복리후생 제도를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이렇다 보니 4년제 대졸신입사원의 경우 연간 이직률이 0.5%가 채 안 될 정도다.

직원들에 대한 투자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1998년 3월 창업한 이 회사의 첫 매출은 20억원.10년 만인 2008년 말 기준 매출액은 무려 100배가 넘는 2223억원에 이른다. 마대열 대표는 "충분한 보수와 자기계발 기회를 부여하다 보니 직원들의 만족도와 애사심이 높은 편"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가 품질이 뛰어난 제품생산으로 이어져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컴퓨터 및 도어 시큐리티 등을 생산하는 여의시스템(대표 성명기)도 인재투자에 주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중국어와 영어 원어민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업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달 외부강사를 초빙해 교양 건강 재테크 등의 강의를 연다. 등산 축구 등 사내 동아리 활동비와 영화 · 연극 관람비를 지원하고 5년,10년 근속 단위로 해외 배낭여행도 보내준다.

여의시스템이 지난해 직원 교육과 자기계발비용으로 투자한 비용은 매출액(204억원)의 0.7%.올해는 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성명기 대표는 "구직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얘기하기 이전에 회사가 먼저 이들의 눈높이를 맞춰 주어야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또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리텔레콤(전기 · 수도 · 가스 원격검침 전문업체)도 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으로 3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고,어학 교육비 및 각종 자격증 취득비용 등도 대주고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들은 '평균 이상의 보수는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낳는다'는 톰 피터스(미국 컨설턴트)의 주장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재투자 시스템을 갖춘 중소기업은 드물다. 아예 인재투자에 대한 경영 마인드 자체가 없거나,예산 부족과 업무공백 등의 이유로 선뜻 실행에 옮길 만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중소기업 인력실태조사'에서도 직원교육을 실시하는 중소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의 30%에 불과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갈수록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 스스로 체질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희숙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중소기업이 우수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며 "하지만 회사가 그만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시 떠나갈 수밖에 없는 만큼 중소기업 스스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우수 인재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회사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이를 통해 성장하는 기업이 추가로 우수 인재를 유치하게 되는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자들도 어쩔 수 없이 눈높이를 낮추는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기보다는 미래의 발전 가능성에 승부를 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평범한 중소기업(시마즈 제작소)에 근무하던 샐러리맨인 다나카 고이치씨가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사례는 중소기업이 '기회의 터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폭 넓은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며 "비전이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차원의 지원책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노동부가 중소기업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데 지원하는 '고용환경개선지원금'의 경우 금액이 최대 5000만원으로 실제 필요한 비용에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사후정산 시스템이어서 기업이 선투자를 망설이는 실정이다.

인력채용시 지급하는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역시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서 추천하는 인력에 한해 지급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입맛에 맞는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고용창출을 위해 정부 지원 폭을 확대하고 개선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