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브랜드 가치는 위기일수록 빛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과 자동차 부문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고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소비자들은 더욱 지갑을 굳게 닫게 마련이다.
이런 때일수록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진가'를 발휘한다. 불황기에 전체적인 소비는 줄지만 각 부문을 대표하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심은 높게 나타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하는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자들이 최종 구매를 결정짓는 잣대로 브랜드를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다. 1등 기업이 불황기에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기 침체기는 브랜드 가치를 굳건히 지킨 1등 기업이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다. 2,3위 업체들로서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호기를 맞기도 한다. 소비가 위축될수록 기업들이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높이는 데 힘써야 하는 이유다.
KMAC(한국능률협회 컨설팅)는 12일 1만1272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 가치 조사를 통해 '2009 한국산업의 브랜드 파워 조사(K-BPI)' 결과를 발표했다. KMAC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지펠 귀뚜라미보일러 롯데백화점 눈높이 비씨카드 이마트 청정원 순창이 11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 기업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 기업이 10여년 전 외환위기의 파도를 극복하고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피해갈 수 있었던 공통 비결은 바로 지속적인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이다. 만 10년째 이뤄진 K-BPI 조사에서 10년 이상 1위 자리를 지킨 장수 브랜드는 49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명현 KMAC 마케팅 BU(Business Unit)장은 "올해 조사 결과의 두드러진 특징은 10년 이상 장수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브랜드 파워의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점"이라며 "대부분 장수 브랜드들은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소비재 79개,내구재 44개,서비스재 69개 등 총 192개 산업군에 걸쳐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브랜드 파워 조사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KMAC 관계자는 "192개 산업군에서 광범위하게 조사를 진행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라며 "전 산업에 걸쳐 조사가 이뤄진 만큼 기업의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초자료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형 브랜드 파워 조사 경향에 맞춰 서비스 산업 비중을 높인 점도 눈에 띈다. 최근 새로운 유통 채널로 자리잡은 화장품 브랜드숍과 타이어전문점 등 유통 서비스 부문 및 독서토론 학습,중 · 고등 교재 등 교육 서비스,가격비교 사이트와 보디케어,아동복 등의 산업군을 추가했다.
산업군별로 살펴보면 내구재 부문에서는 매직스팀오븐(복합오븐) 코웨이(정수기) 귀뚜라미(가정용 보일러) 지인 창호(창호재) 영창피아노(피아노) 지펠(양문여닫이 냉장고) 등 44개 브랜드가 1위에 올랐다.
소비재 산업에서는 락앤락(밀폐용기) ESSE(담배) 케토톱(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정관장(건강식품) 부라보콘(아이스크림) 아가방(유아복) 등이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서비스 산업에서는 비씨카드(신용카드) 이마트(대형 할인점) 롯데백화점(백화점) 하이마트(전자전문점) 훼미리마트(편의점) 금호고속(고속버스) 금호렌터카(렌터카) 래미안(아파트) 스피드메이트(자동차관리) 서울대학교병원(종합병원) 눈높이(학습지) 등이 대표 브랜드로 꼽혔다.
올해 K-BPI에서 조사한 2500여개 브랜드 중 가격 대비 가치와 가격 프리미엄 부문에서 1% 안에 든 브랜드는 비너스 정관장 동원참치 등 25개였다. 지난해 조사 결과에 비해 인지도 및 충성도에서 고루 성장한 브랜드인 'Rising Star'에는 비발디오션월드 부방리홈 액츠 하루야채 등 25개 브랜드가 뽑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