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지명자가 상원의 인준청문회에서 한 · 미FTA에 대해 "불공정한 협상"이라며 "현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외무역정책을 총괄하는 USTR 대표지명자의 발언인 만큼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 발언이 단순히 FTA에 대한 문제제기의 차원을 넘어,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보호주의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憂慮)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아직은 이를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고,커크 지명자도 '재협상'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 미FTA를 겨냥한 이 발언은 어떤 식으로든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한국을 압박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도 잇따라 FTA 비준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지만,우리는 무엇보다 미국측의 이 같은 인식과 문제제기에 심각한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한 · 미FTA를 '불공정한 협상'이라고 주장하지만,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불만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산업별 득실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일부 산업의 피해만을 부각시켜 국가간 협정을 바꾸려 한다면 협상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측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자동차만 해도 그렇다. 미국산 자동차가 경제성이나 실용성 등 경쟁력이 뒤떨어져 국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것이지,우리 시장이 개방되지 않았거나 관세장벽 등이 높아서가 결코 아니다. 더구나 한 · 미FTA는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놓고 엄청난 사회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점 미국측이 보다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만큼 한 · 미FTA의 의회비준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미국측의 보다 성의있는 자세를 촉구(促求)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 또한 FTA로 인한 미국측의 경제적 이득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끝내 미국이 재협상을 고집할 경우 우리 정부가 무조건 거부하기 힘든 것도 현실인 만큼,이에 대한 대비책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