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서 에틸렌 뽑아라"…油化, 발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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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대신 LPG·경유·등유로 NCC 원료 다변화
삼성토탈·LG화학·SK에너지 등 대체원료 개발중
삼성토탈·LG화학·SK에너지 등 대체원료 개발중
국제 나프타가격이 배럴당 90달러대를 넘어서며 100달러에 육박했던 2007년 10월.삼성토탈 사업기획팀에 경영진의 '특명'이 떨어졌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에 있는 나프타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원료를 찾으라는 것.원료 다변화가 특명의 요지였다. 충남 대산공장에 있는 NCC(나프타분해시설)에서 한 해 200만t의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사업구조 특성상 나프타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원가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었다.
◆발상의 전환 통한 원료 다변화
사업기획팀은 LPG(액화석유가스)로 눈을 돌렸다.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소량의 LPG를 이미 NCC 원료로 사용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기술적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나프타 원료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LPG를 사용하려면 가격경쟁력이 나프타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 안에 대규모 LPG 저장탱크를 지어야 하는 투자 부담까지 고려해야 했다.
사업기획팀은 1년6개월여 동안 나프타와 LPG가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끝에 최근 대산공장에 600억원을 투자,4만t 규모의 LPG 저장탱크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난방수요가 없어 통상 LPG가격이 나프타보다 30% 떨어지는 여름철에 LPG 대체 비율을 집중적으로 높이면 충분히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토탈처럼 나프타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PG 등을 NCC에 투입,화학제품 원료를 만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NCC 원료로는 반드시 나프타만 사용해야 한다는 기존 생각에서 벗어난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다.
◆나프타 대체 원료 범위 넓어져
석유화학업체들이 원료 다변화에 나선 것은 비용 절감을 이루는 동시에 중동 지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중동 석유화학업체들은 최근 원유정에서 저절로 발생하는 에탄가스를 NCC 원료로 활용해 만든 저가 에틸렌을 전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하며 국내 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LPG탱크가 준공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기존 나프타 사용량의 20%를 LPG로 전환할 계획이다. LPG가격이 낮아지는 여름철(4~9월)에는 대체 비율을 40%까지 늘릴 방침이다. 회사 측은 LPG를 이용한 원료 다변화로 연간 4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 변동이 불안정한 나프타와 달리 LPG는 계절별 등락폭이 거의 일정해 안정적인 수급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도 대산공장 내 NCC에 투입되는 LPG 원료를 더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LPG 원료 사용량을 연간 20만t에서 30만t으로 늘릴 예정이다. 호남석유화학도 현재 10%대인 LPG 사용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에너지는 LPG 이 외에 등유,경유를 사용할 수 있는 NCC 개발에 나섰다. 내년 하반기 울산공장에 건설할 예정인 ACO(차세대 올레핀 제조공정) NCC 시험 공장은 나프타와 LPG 이 외에 다양한 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공장은 기존 열분해 방식 대신 SK에너지가 자체 개발한 광물질 촉매를 사용,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저급 등유와 경유를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