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주의에 대항해 싸우는 견고한 장성을 쌓아야 한다. "

중국 언론들은 10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 국회)에서 한 이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날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다.

후 주석이 언급한 '견고한 장성'은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에 파견된 인민해방군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라싸에선 방탄조끼와 헬멧을 쓴 특수부대원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고,하늘엔 헬리콥터가 쉴새없이 떠다니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집무했던 조캉사원 등은 군인들이 에워싸고 있으며,외국인들의 티베트 여행은 금지된 상태다.

'피의 3월'이 될 것이라던 우려와는 달리 아직까진 티베트에서 대규모 소요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50여명의 승려가 지난 1일 시위를 벌였고,지난달 27일엔 한 명의 승려가 분신자살을 기도하긴 했었다. 또 지난 9일에는 공안차량이 수제폭탄에 의해 폭파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3월14일에 일어났던 대규모 폭력시위에는 미치지 못한다. 티베트인들을 집안에 꽁꽁 가둔 중국 당국의 통제와 무력시위가 적어도 지금까진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물론 다르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선 티베트인 수백명이 9일(현지시간)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티베트와 인접한 네팔과 인도는 물론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티베트의 독립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작년과 다른 게 있다면 미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등 서방정부가 하나같이 티베트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 정부의 입을 막은 것은 중국의 경제적 파워다. 중국측의 반발에도 불구,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 중국의 눈밖에 난 프랑스는 수백억달러씩 펑펑 돈을 쓰는 중국 유럽 투자단의 방문대상국에서 제외됐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말 방중 때 티베트 문제 대신 미 국채를 사달라는 말을 건넸다. 중국은 티베트 문제에 관해 국내는 채찍(무력)으로,해외는 당근(돈)으로 봉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