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엔 환율 상승으로 피해를 본 엔화대출자들이 11일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엔화대출자모임(엔대모) 관계자는 "이날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은행들의 부당이익 반환 소송과 금리인상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제기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등 총 13개 은행을 상대로 이뤄진다. 소송에는 엔대모 소속 회원 60명 이상이 참여할 계획이다.

법정에서 다툴 쟁점은 이자를 올린 것이 타당하느냐는 것이다. 엔대모 관계자는 "엔화 대출이 많이 이뤄졌던 2006~2007년에 비해 환율이 두 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엔화로 지급하는 이자도 두 배 정도만 올라야 정상인데 은행들이 이자를 적게는 4~5배,많게는 10배 가까이 올렸다"고 말했다.

엔화대출은 1년마다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해마다 연장계약을 해야 한다. 은행들이 이를 악용해 해마다 이자를 인상했다는 것이 엔대모 측의 주장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금융위기로 조달금리가 상승한 데다 환율이 뛰어 담보가치보다 대출원금이 많아지는 사태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이자를 올렸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보증을 받아도 엔화를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환율이 두 배로 올라 대출자들이 맡긴 담보가치가 원금을 밑돌고 있다"며 "엔화대출자들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사전에 대출이자 상승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했느냐도 논쟁거리다. 엔대모 측은 은행들이 최초 약정 이자율로 매년 만기연장이 될 것처럼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엔대모 관계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이자가 더 올라가는 것을 막은 뒤 본안 소송을 치러 처음 엔화대출 계약을 맺었던 시점으로 금리를 되돌리겠다"며 "은행에 부당하게 지급했던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대출은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은행들이 2~3년 후의 환율까지 예측해 고객에게 고지할 의무는 없다"며 "고객들과 법정 소송을 벌이게 된 것은 유감이지만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잘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