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사흘 만에 순매수한 데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1092선까지 올라섰다. 외국인은 올초에 이어 다시 한번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양상이다. 앞으로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환차익을 노리고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증시 하락 소식에 1060선까지 밀리며 약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이 매수세를 확대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외국인은 오전 11시30분께부터 지수 선물에 대한 순매수 규모를 키우면서 현 · 선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 개선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으로 지수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이날 지수는 20.47포인트(1.91%) 뛴 1092.20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지난달 20일부터 1000대에 머물러온 지수는 11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포스코 LG전자 등 지수 관련주를 중심으로 179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5일 2712억원어치를 사들인 이후 한 달여 만의 최대 규모다. 메릴린치 UBS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특정 투자자가 한꺼번에 코스피200 구성 종목 가운데 15개 종목 이상을 동시에 사들이는 '바스켓 매수주문'이 유입되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호전됐다.

외국인은 환율 불안을 키웠던 '3월 위기설'이 잦아들면서 환율 상승세가 꺾이는 것을 확인하고 '바이(buy) 코리아'를 재개했다. 올초에도 외국인은 환율이 달러당 1500원 수준에서 고점을 찍을 것이란 판단으로 환차익을 겨냥한 매수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1월28일부터 9일 연속으로 1조663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당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532억원 순매수한 것을 비롯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등을 각각 1000억원 이상씩 사들였다.

백재욱 JP모건 주식영업본부장은 "올초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투기적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엔 당시에 비해 장기 투자자금이 눈에 띈다"며 "'3월 위기설'이 그야말로 '설'로 끝나는 양상인 데다 다음 달부터는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질 전망이어서 한국 주식 비중을 크게 줄여놓은 외국인들이 서둘러 매수세를 늘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하락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상대적 선전도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외국인은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대표 수출주를 매수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장 푸르덴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환율효과에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더해져 국내 기업 실적이 글로벌 경쟁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는 분석이 외국인의 관심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동유럽발 위기 등으로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동유럽발 불안이 심화되고 여기에 미국 거대 기업들이 무너지는 상황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환율도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서정환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