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자산 '반액 세일'에 일본 미국 등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오고 있다. 달러 및 엔화로 환산하면 한국 주가는 1년 사이 60% 가까이 떨어졌으며 부동산도 2006년 말 고점 대비 반토막 난 급매물들이 시장에 쌓이고 있다.

10일 일본 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사카의 부동산 투자펀드 HH&IPJ는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에 올해 중 총 3000억~5000억엔(약 4조5000억~7조5000억원)을 투자키로 하고 이 가운데 1000억엔(약 1조5000억원) 정도를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12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조환익 KOTRA 사장과 한국에 대한 투자업무 제휴계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본의 HH&IPJ는 오는 6월까지 한국 내 도시개발,도시 재생사업과 호텔 · 관광레저,스포츠 · 교육,환경사업 등에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송도국제도시와 서울재개발사업 프로젝트 등에 투자를 이미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의 투자펀드인 바나월드도 30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송도국제도시에 투자키로 하고 최근 KOTRA와 투자의향서(LOI)를 맺었다.

국내 자산중개업계는 미국 유럽계 자금은 물론 일본계 헤지펀드,부동산자산관리회사들의 투자 문의가 예년보다 2~3배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빌딩자산관리업체인 포커스에셋의 김민수 대표는 "일본계 헤지펀드가 3000억원의 빌딩 투자를 타진해와 이달 말 협의하기로 했다"며 "강남 테헤란로 일대 4~5개 빌딩을 알아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의 대규모 사모펀드를 관리하는 D사도 최근 국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부산 등지의 가격이 싼 빌딩을 매수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나 상가 같은 소액투자상품에는 해외 개인 투자자들이 입질하고 있다. 고국에 관광온 재일교포들 사이에선 하루,이틀 짬을 내 서울과 부산의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는 '아파트 쇼핑 관광'이 붐을 이룬다. 미국 교포사회에도 미국 내 금융기관 부실과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차라리 한국 투자가 안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한국 내 아파트 계약자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의 경우 미국 뉴욕 교포 26명이 최근 계약했다.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두산 위브더제니스를 해외에서 판촉하는 이기성 더감 사장은 "올 들어 미국 일본 등 교포들이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등을 계약한 물량이 20여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 열풍은 한국의 자산가격이 원화가치 하락과 자산시장 침체로 '이중 하락'하면서 50~60% 급락했기 때문이다. 서울 방이동의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112㎡ 시세는 달러화로 환산했을 경우 2006년 11월 107만여달러에서 10일 현재 48만달러로 55%나 떨어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래에셋타워의 경우 작년 7월 1300억원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최근 885억원에 매각됐다. 원화로는 32% 하락한 가격이지만 엔화로 따지면 59% 떨어진 가격이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10일 코스피지수는 1092.20으로 1년 전(1625.17)에 비해 32.8% 하락했다. 달러 기준으로 환산한 지수는 1년 전 983.5에서 현재 419.1로 57.4%나 폭락했다. 최근 1년 새 달러당 원화 환율이 983원에서 1511원으로 급등한 탓이다.

일본인 눈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엔화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1년 전 350.6에서 이날 현재 143.9로 59.0%나 급락했다.

주가 평가지표의 하나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봐도 한국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싸다.

장규호//박해영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