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침체로 주식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상장사 대주주들은 여전히 높은 '웃돈'을 받고 지분을 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옴니시스템파이컴 등 코스닥 기업들이 팔리면서 시가대비 최고 3배 이상 높은 값을 받고 있어서다. 경영권이 있는 주식은 시가보다 프리미엄을 받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들 기업의 몸값은 너무 부풀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제조기업 바이오스마트는 전일 디지털 전력량계를 생산하는 옴니시스템 지분 17.7%(120만주)와 경영권을 이 회사 최대주주인 강재석 대표로부터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120억원으로, 1주로 계산하면 1만원이다. 옴니시스템의 전일 종가(2280원)를 고려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338%에 이른다.

바이오스마트 관계자는 "옴니시스템이 국내 디지털 전력량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한국전력이라는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고 있어 프리미엄이 높게 책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옴니시스템이 올해 수출비중 확대 등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고, 정부의 그린 IT(정보기술) 산업 지원정책 확대 등에 힘입어 앞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바이오스마트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300%나 주고 인수한 것은 최근 증시 상황을 고려할 때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옴니시스템 탐방보고서를 낸 최성환 유화증권 연구원은 "옴니시스템의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고 사업도 유망한 것은 사실이나 회사가 주당 1만원에 인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최 연구원은 또 "새 경영진이 꾸려질 경우 옴니시스템의 기존 경영진이 구축한 네트워크가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탓에 M&A 호재에도 불구 옴니시스템의 전일 주가는 3.8% 하락했다.

코스닥 상장사 파이컴을 인수한 테크노세미켐도 "너무 비싸게 샀다"는 증권사들의 평가가 줄을 잇는다. 이 때문에 M&A 발표 다음날인 지난 10일 테크노세미켐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했다. 테크노세미켐은 지난 9일 장 마감후 공시를 통해 파이컴 지분 23.36%(559만5896주)와 경영권을 34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이컴 지분 인수에 테크노세미켐이 지불한 프리미엄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1주 가격으로 따졌을 때 M&A 계약이 체결된 지난 9일의 파이컴 종가(3445원)보다 76.3%나 많이 주고 산 것은 과도하다는 얘기다.

유 연구원은 "파이컴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다 테크노세미켐의 기술과 사업 영업영역 등을 고려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다"고 했다. 테크노세미켐의 반도체ㆍLCD 생산공정용 화학제품과 파이컴의 반도체ㆍLCD 검사장비 및 부품은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문현식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파이컴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지난 9일 종가와 비교하면 76%이나, 작년말 순자산가치 420억원과 비교할 땐 250%에 달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파이컴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처인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악화돼 앞으로 실적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박현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이컴의 영업실적이 개선되는데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매입단가는 지난 6일 종가대비 103%나 높다"면서 "지분 인수로 인한 단기적인 금융비용 부담이 테크노세미켐 주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