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ML280CDI'‥세단같은 안락함…절제된 파워로 소리없는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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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중 ML280 CDI(사진)는 가장 저렴하면서 연비가 높은 모델이다. 가격은 7990만원이고 연비는 ℓ당 9.3㎞다. 공차 중량이 2.2t에 달하는 SUV이면서 상시 4륜구동형이란 점을 감안하면,연비가 꽤 좋은 편이다.
ML280에는 기어 변속 박스가 별도로 달려있지 않다. 벤츠의 다른 고급 모델처럼 운전대 옆에 붙은 패들 시프트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
변속뿐만 아니라 정차 및 후진 역시 패들 시프트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몇 번 시운전 끝에 손에 익숙해지니 일반 차량보다 이 방식이 훨씬 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다소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배기량 2987㏄의 V6(V형 6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 190마력(4000rpm),최대토크 44.9㎏ · m(1400~2800rpm)의 힘을 냈다.
디젤 엔진을 단 덕분에 출력보다 토크가 훨씬 뛰어났다. 고속 주행 때의 가속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SUV임에도 다른 차를 쉽게 추월할 수 있었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속도계 등의 계기판은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계기판이 조잡하지 않고 한 눈에 볼 수 있는 게 장점이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9.8초다. 기본적으로 공기 저항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지만,제로백이 10초 이내란 점이 인상적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천연가죽 시트 덕분에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선바이저(햇빛 가리개)가 이중으로 돼 있다. 정면뿐만 아니라 측면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동시에 차단하도록 만든 세심한 배려다.
ML280에는 상시 4륜구동 방식인 4매틱 시스템이 장착됐다. 평소 앞뒤 바퀴 간 40 대 60의 비율로 힘을 나누지만 속도와 주행 상황에 따라 배분율이 달라진다.
오디오와 내비게이션,전화가 통합된 멀티미디어 시스템인 커맨드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7단 자동변속기와 혁신적인 능동형 전조등 시스템이 장착됐다. 안전을 위해 목을 보호하는 네크 프로 헤드레스트와 같은 첨단장치가 기본옵션으로 돼 있다.
ML280은 SUV인데도 불구하고 내부 소음 및 진동이 상당히 절제돼 있었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소음 · 진동이 많게 마련인데,벤츠의 CDI 및 흡음제 처리기술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다만 저속 주행이나 공회전 때 창문을 열면 디젤 엔진 특유의 덜덜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는 게 신경에 거슬렸다.
벤츠의 디젤엔진 기술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1936년 세계 최초의 디젤 승용차인 260D를 출시했고,1997년 커먼레일 CDI 엔진을 개발했다. 커먼레일은 벤츠가 개발해 세계 디젤엔진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기술이다. 종전보다 출력은 30%,토크는 100% 늘려주는 효과를 낸다.
다만 사이드 미러의 시야가 약간 좁은 편이어서 주행 중 끼어들 때 조심해야 한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별도 돌출버튼이나 리모컨으로 조작해야 한다. 회사 측은 주행 안전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터치스크린 방식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겐 다소 불편할 듯 보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