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천하의 케인스도 깜빡했다, 화폐의 저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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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메커니즘 오노 요시야스 지음|김경원 옮김|지형|232쪽|1만3800원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방아쇠를 당긴 전 세계 경제위기는 지금 역사적으로 매우 특기할 사건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파탄과 케인스의 복권'이다. 대공황 이후 주류로 등극했던 케인스주의 정책이 70년대 이후 종언을 고했다가 30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웃 일본에선 불황의 원인과 경제위기의 처방을 고민하는 '케인스 다시 읽기' 붐이 수년 전부터 일었는데,좀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제법 두툼한 케인스 평전이 번역되고 케인스 관련 저작도 여러 형태로 나오고 있다.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정신의 한 장면이다.
일본 오사카대학 오노 교수의 책인 《불황의 메커니즘》은 화려한 복권 현상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정 '케인스를 위하여'를 염두에 둔 저작이다. 케인스에 대한 오해의 상당 부분은 물론 그의 정책 이념을 뒤엎고 집권한 신자유주의가 내건 분배 중시 같은 이데올로기들이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는 케인스에 대한 소문은 많았지만 정작 그의 저작을 꼼꼼히 읽어본 사람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강단 경제학자가 아니라 정책 일선의 실천적 학자였다.
그러므로 그의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년) 같은 데는 앞뒤가 맞지 않는 조각들이 뒤섞여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케인스가 의도한 것과는 맞지 않고 심지어 훼손된 이론들이 그의 이름으로 버젓이 횡행하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른바 '케인스주의 경제학'(Keynesian Economics)에서 진정한 '케인스의 경제학'(Economics of Keynes)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저자는 '일반이론'의 각장을 꼼꼼히 읽은 다음 오류를 바로 잡고 케인스의 본래 모습을 복원한다. 저자는 케인스이론에 덧씌워진 모든 문제들을 배태한 주범으로 케인스 자신이 설정한 '소비함수'를 꼽는다. 불황의 문제는 수요 부족이 근본 원인인데,화폐의 저주에 깜빡한 케인스가 가격의 문제를 잘못 끌어들여 엇길로 빠졌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변수의 경직성이라는 개념으로 실업과 불황의 메커니즘을 증명해보이려고 한 케인스 이론은 신고전학파에 의해 '단기 거시경제'의 문제로 치부되고,장기적으로는 효과도 없고 물가 상승만 초래하는 해로운 정책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오노 교수는 이 즈음에서 '실업과 불황은 수요 부족 때문'이라는 케인스의 명제를 다시 상기하며 '그렇다면 수요의 부족은 왜 생기는가'를 묻는다. 그는 물가가 내려도 소비가 늘지 않고 줄어들기만 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소비의 이자율'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람들은 소비보다 화폐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반이론'의 공백을 메웠다고 생각한 저자는 다음으로 현실문제를 날카롭게 비평한다. 15년간 지속된 일본의 장기 불황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위선적인' 정책이 주타깃이다. 특히 고이즈미 정권이 밀어붙인 구조 개혁은 효율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이는 일부의 경제 주체만 시야에 넣은 호황기에나 타당한 처방이며,경제 전체로는 실업을 더 늘리고 수요 부족을 심화시키는 우를 범했다고 주장한다.
'불황하의 효율화라는 것은 생산성이 아니라 수요 창출이 돼야 한다'는 명제,실업대책으로 거론되는 임금 인하나 워크셰어링에 대한 저자의 이론적 검토는 우리 현실에 비춰서도 일정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umbeco@naver.com
이웃 일본에선 불황의 원인과 경제위기의 처방을 고민하는 '케인스 다시 읽기' 붐이 수년 전부터 일었는데,좀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제법 두툼한 케인스 평전이 번역되고 케인스 관련 저작도 여러 형태로 나오고 있다.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정신의 한 장면이다.
일본 오사카대학 오노 교수의 책인 《불황의 메커니즘》은 화려한 복권 현상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정 '케인스를 위하여'를 염두에 둔 저작이다. 케인스에 대한 오해의 상당 부분은 물론 그의 정책 이념을 뒤엎고 집권한 신자유주의가 내건 분배 중시 같은 이데올로기들이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는 케인스에 대한 소문은 많았지만 정작 그의 저작을 꼼꼼히 읽어본 사람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강단 경제학자가 아니라 정책 일선의 실천적 학자였다.
그러므로 그의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년) 같은 데는 앞뒤가 맞지 않는 조각들이 뒤섞여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케인스가 의도한 것과는 맞지 않고 심지어 훼손된 이론들이 그의 이름으로 버젓이 횡행하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른바 '케인스주의 경제학'(Keynesian Economics)에서 진정한 '케인스의 경제학'(Economics of Keynes)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저자는 '일반이론'의 각장을 꼼꼼히 읽은 다음 오류를 바로 잡고 케인스의 본래 모습을 복원한다. 저자는 케인스이론에 덧씌워진 모든 문제들을 배태한 주범으로 케인스 자신이 설정한 '소비함수'를 꼽는다. 불황의 문제는 수요 부족이 근본 원인인데,화폐의 저주에 깜빡한 케인스가 가격의 문제를 잘못 끌어들여 엇길로 빠졌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변수의 경직성이라는 개념으로 실업과 불황의 메커니즘을 증명해보이려고 한 케인스 이론은 신고전학파에 의해 '단기 거시경제'의 문제로 치부되고,장기적으로는 효과도 없고 물가 상승만 초래하는 해로운 정책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오노 교수는 이 즈음에서 '실업과 불황은 수요 부족 때문'이라는 케인스의 명제를 다시 상기하며 '그렇다면 수요의 부족은 왜 생기는가'를 묻는다. 그는 물가가 내려도 소비가 늘지 않고 줄어들기만 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소비의 이자율'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람들은 소비보다 화폐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반이론'의 공백을 메웠다고 생각한 저자는 다음으로 현실문제를 날카롭게 비평한다. 15년간 지속된 일본의 장기 불황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위선적인' 정책이 주타깃이다. 특히 고이즈미 정권이 밀어붙인 구조 개혁은 효율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이는 일부의 경제 주체만 시야에 넣은 호황기에나 타당한 처방이며,경제 전체로는 실업을 더 늘리고 수요 부족을 심화시키는 우를 범했다고 주장한다.
'불황하의 효율화라는 것은 생산성이 아니라 수요 창출이 돼야 한다'는 명제,실업대책으로 거론되는 임금 인하나 워크셰어링에 대한 저자의 이론적 검토는 우리 현실에 비춰서도 일정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종근 편집위원 umbec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