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섬유 · 소재 업체인 도레이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사장(사진)은 11일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이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 부회장도 맡고 있는 사카키바라 사장은 주일 한국대사관과 마이니치(每日)신문 주최로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향후 100년의 한 · 일관계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기조발표에서 양국 기업문화 차이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1970년 전후부터 일본의 합성섬유 제조업체는 주요 수요처인 한국에 경쟁적으로 진출했다"고 소개한 뒤 "하지만 지금은 도레이 이외 모든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했다. 그만큼 한국 사업이 일본 기업 입장에서 매우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또 "철수의 첫 번째 요인은 경영 방침의 차이"라며 "한국인의 기질은 '빨리 빨리'여서 단기적인 이익에 매우 집착하고,설비투자 등의 경영 판단도 일본 측에서 보면 무모할 정도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사카키바라 사장은 "일본 측은 한국을 글로벌화의 한 거점으로 보고 전체의 최적화를 고려해 균형 잡힌 경영을 하기 때문에 한국 측 입장에선 굉장히 느리게 보였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대대적 증설이라는 한국 측 경영 판단이 옳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당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충돌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두 번째로 기업 경영자 간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신뢰관계가 없다면 사소한 이익 충돌이 거듭되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해 가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 번째로는 노동조합 문제로 한국에서는 노조의 힘이 강하고 쟁의로 인한 파업도 빈발해 사업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카키바라 사장은 도레이 측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사업 확대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분석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산업진흥,수출 확대,기술수준 향상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경영한 것 △합병회사의 양국 모회사 경영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우호 · 신뢰 관계를 유지한 것 △우수한 한국 경영자를 지명해 한국인의 주체적인 경영에 맡긴 것 △노동조합에 대한 경영 정보의 적절한 공개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한 것 등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이 경제 협력을 강화해 현재의 경제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양국이 긴밀히 제휴해 나가면 세계 경제에서 영향력 있는 지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 일 간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사카키바라 사장은 "양국을 합치면 세계경제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만큼 질 높은 협정 체결을 통해 양국의 경쟁력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양국 간 관광산업이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