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목표를 달성해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금하칠보를 티파니나 루이비통 같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반드시 키우겠습니다. "

박수경 금하칠보 대표(36)는 지난달 첫 해외 매장 후보지를 물색하기 위해 두바이를 다녀왔다. 그는 올해 안에 두바이 중심가에 있는 알 가잘(Al Ghazal) 쇼핑몰에다 '세븐 트레저(Seven Treasure)'라는 브랜드로 칠보 공예품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중동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할 때 첫 해외 매장으로 두바이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왕족 모임인 레이디스 클럽(Dubai Ladies Club) 회원들과 상담할 기회도 가졌는데 한국의 품위 있고 세련된 전통 공예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최고 부유층인 VVIP 고객들의 인정을 받은 뒤 점차 고객 층을 넓혀 간다는 전략도 수립했다. 두바이 매장이 성공하면 곧바로 유럽과 미국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2000년 무용심리 치료사가 되고 싶어 미국으로 갔지만 자신이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다. 남동생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대기업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라 사업을 물려받기 어려웠다. 그는 섬세한 공예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1년도 안 돼 일본식 칠보 기술을 독파하고 일본어까지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박 대표는 유리 칠보의 대가인 하세가와 요시코씨로부터 기술 지도를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05년부터 외삼촌인 김선봉씨로부터 전통 칠보유약 제조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씨는 정부에서 인정한 전통 칠보유약제조 전승자이며 박 대표는 국내 유일의 전수자이다. 5년간 기술을 전수해야 정부가 인정하기 때문에 박 대표는 주말마다 제주도에 있는 외삼촌의 작업실을 찾는다. 박 대표는 "칠보 유약을 만드는 작업은 막노동과 다르지 않아 여자의 몸으로 하기에는 힘이 많이 부친다"며 "온도가 1200~1300도 정도 되는 곳에서 소방옷을 입고 헬멧도 쓴 채로 작업해야 하는데 위치를 잘못 잡아 소방옷을 다 태워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고생을 경험하고 나야 유약이 지닌 신비로운 색깔의 비밀과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을 꾸려 나가면서 기술을 전수하느라 숨돌릴 시간도 없지만 박 대표는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까지 다니며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일 욕심,공부 욕심이 많아 하루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아직까지 결혼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