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운임격차 최고 30%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해운시장에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배를 빌려주고 빌리는 용선체인을 정리한 대형 선사들의 선박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잡으려는 화주들이 몰리는 반면,영세 해운회사는 절반가격의 뱃삯을 제시해도 계약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해운 불황에도 '웃돈'거래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황 악화로 불량 해운사들과 용선 체인에 엮이지 않은 '클린 선박'을 빌리는 데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 대형 선사들의 7만t급 파나막스 선박은 1만3000달러에도 구하기 힘들지만 영세 해운사들의 선박은 7000달러 이하에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연탄 철강 등의 전 세계 물동량이 줄어들고 벌크선 해체량이 갈수록 늘면서 지난해 말 600대까지 밀렸던 BDI(발틱운임지수)가 2개월 동안 2000선을 웃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STX팬오션도 11~13개월을 빌리는 조건으로 하루 용선료 1만6850달러,3~5개월은 하루 1만4250~1만6000달러에 용선계약을 맺었다. 한진해운도 4~6개월 동안 7만1122DWT급 'JAG ARNAV'호를 하루 용선료 1만5250달러에 빌렸다.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소형 선박은 중형 선박보다 오히려 값이 더 비싸졌다. 최근 SK해운은 5만2392DWT급 'OCEAN VIRGO'호를 하루 용선료 3만7000달러에 계약했다.
◆물동량 '쏠림현상' 심화
물동량도 메이저업체들로 쏠리고 있다. 용선 체인에 복잡하게 엮여 있는 영세 해운사를 이용할 경우 화물 운송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화주들이 보다 안전한 해운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한진해운,STX팬오션 등 국내 대형 선사들과 용선체인이 복잡하지 않은 일본 해운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STX팬오션은 올 들어 화주와의 화물운송 계약이나 선박을 빌려줄 때 '두 시간 내 계약'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화주들이나 배를 빌려가는 선사들이 다른 업체들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12시간을 기다려주던 통례에 비춰 이례적이다. '갑'과 '을'의 위치가 뒤바뀐 셈이다. 그렇지만 화물운송 문의는 작년 말보다 50% 늘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중국 등 저가 선사와 거래하던 화주들이 안전한 선박을 선호하면서 용선체인을 말끔히 정리한 해운사로 물동량이 몰리고 있다"며 "이런저런 소송에 휘말려 있는 해운사는 가격을 낮춰도 화주들이 꺼리고 있어 당분간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용선체인에 노출되지 않은 현대상선도 화물계약이 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전체 물동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안전한 운송을 위해 대형 선사를 찾는 화주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