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트너 51점, 버냉키 71점
"경기하향국면 10월은 돼야 끝날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경제 살리기 노력이 시중 현장 애널리스트들로부터 50점대의 박한 점수를 받았다.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49명의 금융기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경제전망 조사를 한 결과 대부분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했다.

WSJ는 12일 애널리스트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준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9점이라며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보다 더 낮은 51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이보다 훨씬 후한 71점을 받았다.

오바마 경제팀에 대한 주된 비판은 은행권 구제계획의 핵심적인 부분들의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RBS 그리니치캐피털의 스티븐 스탠리는 "오바마 경제팀이 지나친 약속을 했고, 약속의 이행은 잘 안 하고 있다"며 "가이트너 장관은 엄청난 발표를 할 것처럼 했다가 모호한 청사진만 제시했다.

불확실성이 모든 사람의 뇌리에 떠다닌다"고 비판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지난 2월 10일 발표한 새 구제금융계획은 상세한 내용은 빠진 채 모호한 밑그림만 제시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주식시장은 재무부 발표 직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0%나 빠지는 등 폭락했다.

이후 가이트너 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밝혔지만, 계획의 주요 부분들을 실행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재무부는 주택시장 회복 계획과 함께 소비자 대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FRB와 공동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평가인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도 시작했는데 구체적인 결과는 몇 주 뒤에나 나올 예정이다.

반면, 새로운 구제금융계획의 핵심이랄 수 있는 민관합동의 부실자산 인수기금 마련 계획은 아직도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오바마의 취임 직전인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75%가 차기정부의 경제팀이 부시의 팀보다 낫다고 했지만 이번에 가이트너가 받은 점수는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퇴임 직전 받았던 점수인 57점보다도 낮은 것이다.

사실 가이트너 장관도 처음에는 인기가 나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 시절 뉴욕 연방준비은행장을 지내며 미국 금융위기의 최전선에 있었던 그가 오마마의 재무장관으로 지명되자 시장의 기대는 충만했다.

그러나 가이트너는 취임 직후부터 탈세 문제로 곤욕을 겪는가 하면, 정부의 금융권 구제계획에 비판적이거나 혹은 정부가 더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아야 했다.

또 재무부의 고위직에 대한 인선이 늦어지면서 아직도 최소의 기간요원들만 둔 채 고군분투하는 것도 점수가 낮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애널리스트들은 FRB 벤 버냉키 의장에 대해서는 71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설문에 참여한 애널리스트 가운데 85% 이상이 FRB가 내놓은 대출 프로그램들이 잘 설계돼 있고 시행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어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7천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응답자의 43%는 미국이 5천억달러 규모의 또 다른 경기부양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고, 나머지는 경기부양책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경기 하향 국면이 10월 정도는 돼야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조사에서는 8월이라는 대답이 주를 이뤘었는데 두 달이나 더 길어진 것이다.

현재 8.1% 수준인 실업률도 280만개의 일자리가 더 사라지면서 12월에는 9.3%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놨다.

6명 중 1명은 1인당 GDP가 축소되거나 소비가 10% 이상 줄어드는 불황(depression)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외에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 정부가 취한 경제회복 조치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70%에 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