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업 도산의 풀리지 않는 의문,세계적인 대기업 몰락의 비밀….컨설팅그룹의 체계적인 조언을 받기도 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경영서적들이 경영난에 대처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기업들이 쇠퇴와 몰락을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CHANGE-미래기업의 조건》은 이러한 현상의 근거를 환경의 변화나 경영진의 능력 부족,자금 흐름상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자의 머릿속에 박힌 무의식적인 '고정화' 관념에서 찾고 있다. 수천 수백 가지 조언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몰락하는 것은 기존 성공공식에 대한 경영진의 고정화 관념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전의 달콤했던 성공은 경영자들에게 방어와 확장이라는 경영전략을 채택하도록 유혹하고 창조적 파괴를 외면해 고정화된 패턴의 사고를 쳇바퀴 돌듯 되풀이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이를 반증하기 위해 과거의 다양한 사례와 현실 경영의 사례를 적절히 접목함으로써 미래 경영에 대한 탄탄하고 논리적인 통찰력을 끌어낸다.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미래에 성공적인 기업이 되려면 기업들이 한층 더 창조적이어야 하며,과거의 뻔한 사고방식과 시야로부터 벗어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저자는 요구한다. 이미 고정화돼 버린 기존의 경영전략은 현대의 정보화시대와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

필름시장의 디지털화를 간과한 채 기존의 필름시장만 방어하는 고정화를 택해 시장에서 뒤처진 코닥,디지털 음원으로의 변환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기존 사업의 방어에만 몰두하다 음원시장에서 도태된 소니,배달 형식의 경영을 택한 도미노피자의 전략을 경쟁범위로 인식하지 못하고 여태까지의 성공공식인 매장판매 방식을 고집하다 충성고객마저 빼앗겨 버린 피자헛의 사례 등은 기업에 성공을 가져다 준 낡은 공식에서 스스로 탈피해야 함을 보여준다.

반면 새로운 사고와 시도의 장(場)인 화이트 스페이스를 최대한 활용해 미래의 성공공식을 만들어나간 기업들의 사례 또한 소개돼 있다. 조립PC 시장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인 델,도서시장의 고정관념을 깬 아마존닷컴,상식을 뒤엎는 방식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등의 사례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창조적 파괴가 절실함을 보여준다.

나아가 저자는 단순한 방어와 확장전략을 채택한 경영자가 기업의 미미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위대하다고 칭송받는 반면,변화를 시도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영진은 외면당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이제는 변화함으로써 성공적인 미래 기업으로 도약하라고 권고한다.

제 허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한발짝 떨어져 있는 제3자가 기업의 당면 문제를 더 날카롭게 집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로부터의 명성과 성공은 경영자로 하여금 진취적인 혁신을 꺼리고,칭송받는 현실에 안주하게끔 유도한다.

변화는 실패라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기존의 성공을 일궈낸 공식 안에 갇히게 된다. 이제는 한걸음 물러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화이트 스페이스,즉 변화의 가능성과 마주해야 할 때이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