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이 갈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조세피난처들이 잇달아 은행 비밀주의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주요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유럽의 초미니 국가들인 리히텐슈타인과 안도라가 '검은 돈의 온상'이란 오명을 피하기 위해 은행 비밀 관련 법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안도라의 알베르 팽타 총리는 12일 파리에서 프랑스 정부 측과 은행비밀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약정서에 서명했다. 안도라 정부는 이 약정서에 따라 늦어도 오는 11월15일까지는 의회의 승인을 거쳐 은행비밀법을 완전히 폐기할 계획이다.

리히텐슈타인도 이날 세금 관련 정보 제공에 대한 협력과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리히텐슈타인의 최고지도자인 알로이스 왕세자는 "세금 문제에 있어 투명성과 정보 교환에 대한 OECD 기준을 수용하고 탈세 사건 관련 은행 계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과 양자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스위스,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싱가포르,홍콩 등도 OECD의 정보 공유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은행비밀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주요 조세피난처들이 고객 비밀주의를 완화하고 나선 것은 다음 달 2일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조세피난처 제재가 핵심 안건에 오르는 등 세금 탈루 수단 제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