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쉼' 박물관‥일상의 공간에 죽음의 편린을 담아 또다른 삶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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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집'을 개조해 사무실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용도의 상업공간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울시 종로구 홍지동에 있는 '쉼'이란 박물관은 이제껏 보아왔던 수많은 주택 개조의 관행을 벗어난 매우 독특한 사례다.
주거공간이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어왔다. 상징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구스타프 모로의 아파트를 개조한 '파리의 모로 박물관',에밀 졸라가 살던 주택을 개조한 '에밀졸라 박물관' 등이 성공 사례다. 역사성과 함께 생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명작들로 꼽힌다.
'쉼' 박물관은 평범한 주부가 자신의 삶의 경험을 작품으로 내보이고자 한 열정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덕분에 탄생한 이색 작품이다. 2007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전통 상례문화를 소개하는 전문 박물관으로,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테마 공간이다.
그는 평소 자주 찾던 인사동,황학동의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접했던 상여와 상여 장식의 소박한 색감에 매력을 느껴서,지금까지 꾸준히 하나둘씩 모아왔다.
이렇게 모아진 수집품을 일반인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자신의 집을 박물관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5년 전 때마침 40년을 살아온 자신의 집이 불편해 리모델링을 하면서 실행에 옮기게 됐다.
박물관 명칭도 설립자인 박기옥씨가 직접 지었다. 박물관 테마를 전통문화상례전시관으로 잡은 것은 그가 가족들의 죽음을 차례로 맞이하면서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게 결정적 동기였다. 남편과의 사별을 맞았을 때 그는 죽음이 '쉬는 것,자는 것'임을 터득했다고 한다.
4남매를 두고 바쁘게 살면서도 그는 어릴 때부터 골동품을 좋아해 하나둘씩 꾸준히 수집해왔다. 지금 전시된 골동품들은 모두 이렇게 탄생한 것들이다.
박물관 테마를 '전통문화상례전시관'으로 결정하자 처음엔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하지만 나중엔 어머니를 이해해줬고,프랑스에서 유리작가로 활동하는 셋째 딸 남은정씨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서 현재는 관장까지 맡고 있다.
박물관 개관 이후 3층은 자신의 주거공간으로 쓰고,1층 식당과 2층 침대방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란 주제를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설립자의 취지와 맞아떨어지는 공간 구성이다.
박물관은 지상 1~2층에 상설전시관,지하 1층은 현대작가 작품 전시실로 구성됐다. 소장품은 1080여점에 달한다. 목공예품인 상여,요여,상여 장식에 쓰이는 가구류와 촛대,도자기와 석조유물 등이 전시돼 사람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 군데군데에는 아직도 '집'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은근히 재미가 있다. 신발장과 수족관은 유리를 끼워 전시대로 활용했다.
창문은 유리를 가려 전시 선반으로 쓰고,욕실 공간도 그대로 활용했다. 샤워 부스에는 규모가 좀 크다 싶은 작품을 놓았다. 욕조는 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목인(상여에 붙어 있는 목각 인형)을 전시했다.
이 외에도 드레스 룸의 문짝은 떼어다가 용수판(영혼을 보호하고자 제작된)을 걸어뒀다. 방에는 침대 대신 거대한 상여를 놓았다.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통로도 갤러리로 활용해 특별 전시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두 달 동안 전시하기도 했다. 지금은 '화려한 외출'이란 주제로 제프 쿤스의 작품을 특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구석구석에는 항상 알뜰한 주부의 손길이 느껴진다. 정원 안쪽에는 아담한 카페가 꾸며졌다. 당초 이곳은 박씨의 딸이 사용하던 작은 유리가마가 있던 곳인데,이들 재료를 살려 방문객을 위한 쉼터로 만든 것이다. 박물관과 관련된 소품과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디자인 소품도 팔면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쉼' 박물관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뭔가 허술한 것 같으면서도 정겨운 공간구성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체취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전문 미술인과 기획 전문가들에 의해 연출된 빈틈없는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현실의 무게에 눌려 살아가는 방문객들이 잠시나마 '몸과 마음의 쉼'이 무엇인가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멋지다.
장순각 한양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과 교수
주거공간이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어왔다. 상징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구스타프 모로의 아파트를 개조한 '파리의 모로 박물관',에밀 졸라가 살던 주택을 개조한 '에밀졸라 박물관' 등이 성공 사례다. 역사성과 함께 생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명작들로 꼽힌다.
'쉼' 박물관은 평범한 주부가 자신의 삶의 경험을 작품으로 내보이고자 한 열정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덕분에 탄생한 이색 작품이다. 2007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전통 상례문화를 소개하는 전문 박물관으로,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테마 공간이다.
그는 평소 자주 찾던 인사동,황학동의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접했던 상여와 상여 장식의 소박한 색감에 매력을 느껴서,지금까지 꾸준히 하나둘씩 모아왔다.
이렇게 모아진 수집품을 일반인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자신의 집을 박물관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5년 전 때마침 40년을 살아온 자신의 집이 불편해 리모델링을 하면서 실행에 옮기게 됐다.
박물관 명칭도 설립자인 박기옥씨가 직접 지었다. 박물관 테마를 전통문화상례전시관으로 잡은 것은 그가 가족들의 죽음을 차례로 맞이하면서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게 결정적 동기였다. 남편과의 사별을 맞았을 때 그는 죽음이 '쉬는 것,자는 것'임을 터득했다고 한다.
4남매를 두고 바쁘게 살면서도 그는 어릴 때부터 골동품을 좋아해 하나둘씩 꾸준히 수집해왔다. 지금 전시된 골동품들은 모두 이렇게 탄생한 것들이다.
박물관 테마를 '전통문화상례전시관'으로 결정하자 처음엔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하지만 나중엔 어머니를 이해해줬고,프랑스에서 유리작가로 활동하는 셋째 딸 남은정씨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서 현재는 관장까지 맡고 있다.
박물관 개관 이후 3층은 자신의 주거공간으로 쓰고,1층 식당과 2층 침대방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란 주제를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설립자의 취지와 맞아떨어지는 공간 구성이다.
박물관은 지상 1~2층에 상설전시관,지하 1층은 현대작가 작품 전시실로 구성됐다. 소장품은 1080여점에 달한다. 목공예품인 상여,요여,상여 장식에 쓰이는 가구류와 촛대,도자기와 석조유물 등이 전시돼 사람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 군데군데에는 아직도 '집'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은근히 재미가 있다. 신발장과 수족관은 유리를 끼워 전시대로 활용했다.
창문은 유리를 가려 전시 선반으로 쓰고,욕실 공간도 그대로 활용했다. 샤워 부스에는 규모가 좀 크다 싶은 작품을 놓았다. 욕조는 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목인(상여에 붙어 있는 목각 인형)을 전시했다.
이 외에도 드레스 룸의 문짝은 떼어다가 용수판(영혼을 보호하고자 제작된)을 걸어뒀다. 방에는 침대 대신 거대한 상여를 놓았다.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통로도 갤러리로 활용해 특별 전시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두 달 동안 전시하기도 했다. 지금은 '화려한 외출'이란 주제로 제프 쿤스의 작품을 특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구석구석에는 항상 알뜰한 주부의 손길이 느껴진다. 정원 안쪽에는 아담한 카페가 꾸며졌다. 당초 이곳은 박씨의 딸이 사용하던 작은 유리가마가 있던 곳인데,이들 재료를 살려 방문객을 위한 쉼터로 만든 것이다. 박물관과 관련된 소품과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디자인 소품도 팔면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쉼' 박물관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뭔가 허술한 것 같으면서도 정겨운 공간구성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체취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전문 미술인과 기획 전문가들에 의해 연출된 빈틈없는 공간에서 볼 수 없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현실의 무게에 눌려 살아가는 방문객들이 잠시나마 '몸과 마음의 쉼'이 무엇인가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멋지다.
장순각 한양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