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침체→기업부실→은행부실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은행자본확충펀드와 구조조정기금에 이어 금융안정기금까지 동원하는 3중의 안전장치를 쌓는다. 국제 신용평가사 등의 부정적 평가로 인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60조원+α' 방화벽 설치

정부가 13일 발표한 카드는 두 가지다. 이미 발표한 20조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 외에 금융권의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구조조정기금을 당초 예상치의 2배인 40조원으로 만들고 만약에 대비해 금융안정기금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자본확충펀드와 구조조정기금만으로도 60조원 규모의 부실자산 처리 여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지난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조성한 부실채권정리기금 규모 21조6000억원의 3배 수준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낙관적,비관적 시나리오를 모두 분석해 충분한 수준에서 규모를 산정했다"며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실물경제 지원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기금의 규모와 조성시기는 경기상황 등을 봐서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


◆BIS비율 8% 이상 은행에도 자금 투입

금융위가 자금투입 대상을 은행 외에 여신전문금융회사와 금융지주회사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 이상인 경우에도 금융안정기금(사실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은행의 경우 BIS 비율이 8% 아래로 떨어져 부실 판정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개 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12.19%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경기가 계속 나빠지면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하고 은행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기금의 사후관리를 위해 중소기업지원 등 실물지원 관련 양해각서(MOU)를 해당 금융회사와 맺을 예정이다. 진 위원장은 "금융안정기금의 투입은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의 신청을 받아 결정할 것"이라며 "은행자본확충펀드의 지원처럼 경영권 간섭은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실채권 외에 자산까지도 매입

금융위는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금융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부실채권 외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자산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구조조정기금이 선박펀드 등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해운사가 보유한 선박 등도 매입할 계획이다. 진 위원장은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진전되지 않으면 기금이 부실자산을 사서 구조조정이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의 자금조성에 국회가 선뜻 동의할지 여부와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금융회사 부실이 예상보다 큰 것 아니냐는 시장불안이 오히려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3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슈퍼 추경'에 이어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채권을 발행,40조원 이상의 기금이 조성되는 만큼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으로 인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심기/김현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