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팀 = 정부가 건전성이 양호한 은행에도 필요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은행들은 당장 공적자금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대다수 은행들은 13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인 은행에도 필요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기관들에 비해 양호한 만큼 당장 긴급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히려 정부가 성급하게 시장질서에 개입할 경우 금융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A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금융기관 상황은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다르다"며 "오늘 내일 죽을 것처럼 당장 위급한 상황이라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맞으나 지금은 은행들이 자력으로 증자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금융불안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시장에 빨리 개입하려는 것 같다"며 "금융산업 발전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은행 관계자는 "강제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해외에서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개별 금융기관의 상황을 파악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 상황에서 은행들은 실물 경기 회복을 위한 지원에 앞서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사전 부실기업을 구분한뒤 선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금융권의 부실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기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긍정론도 제기됐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지금 당장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부실이 커지면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선제적인 조치로 봐야 한다"며 "정부의 대책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은행 고위관계자도 "은행들이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BIS 비율이 8%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부실이 확대돼 손을 대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을 조성해 BIS 비율이 8% 이상인 은행을 비롯해 금융지주회사, 여신전문회사 등 정상적인 금융기관에도 자금 투입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구조조정기금을 40조 원 조성해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과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을 사들이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