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성분의 연고를 쓰는 피부질환자 상당수가 약물의 종류와 부작용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피부과 박영민 교수팀이 대한피부과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피부질환 때문에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50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제품 부작용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26%만 부작용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사용한 약물의 상품명과 치료 효과를 제대로 아는 경우는 각각 58%, 77%로 집계됐다.

스테로이드제 구입경로는 피부과 의사의 처방을 받은 경우가 53.8%였으며, 처방 없이 약국에서 임의로 구입한 경우가 28.4%, 약국 외 다른 구매경로를 통한 환자가 5.2% 등으로 조사됐다.

스테로이드제를 바른 후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는 101명(20%)이었다.

부작용은 가려움증이 7.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홍반(6%), 감염(3.4%), 자극(3.4%), 상처 치유 지연(2.4%) 등의 순이었다.

스테로이드제 사용 환자 중에는 하루에 5회 이상 연고를 바른 경우가 4%, 8주 이상 장기간 사용한 환자도 16%나 됐다.

몸속 호르몬 성분인 스테로이드는 염증억제를 위해 감기약 등 감염질환이나 장기이식을 위한 면역반응 억제, 퇴행성 관절염ㆍ알레르기ㆍ천식 치료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약물을 남용하면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부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처음에는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뾰루지가 잘 낫는다.

하지만, 한 달이 넘어가면 피부의 밑바탕을 받치고 있는 콜라젠이나 엘라스틴 같은 탄력 성분이 감소해 피부가 약해지고 쪼그라들며, 얇아진 피부 밑으로 혈관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여드름 같은 발진이 나거나 멍도 잘 생기며 세균에 감염되면 잘 낫지 않는다.

피부가 아니라 약으로 장기간 먹을 때는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

혈압이 올라가고 위에는 궤양이 올 수 있으며 골다공증과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강남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스테로이드 연고는 피부에 생긴 질환이 무엇인지, 질환이 생긴 부위가 어디인지, 약품이 무엇인지 등에 따라 사용법이 다른 만큼 임의로 연고를 바르지 말고 전문의로부터 적절한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